3분 트렌드 익힘책

오뚜기에서 나온 식문화 트렌드 보고서

by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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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에서 나온 한국의 식문화 트렌드를 살펴보는 책. 스위스인 남편은 다음 날 먹을 것을 생각해두고 잠자리에 들고, 먹을 생각에 기뻐하며 일어나는 나를 보며 진지하게 "음식 중독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주변 한국 친구들을 보면 다들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음식에 진심이다.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토록 먹는 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전쟁을 겪으면서 음식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의 기억이 유전자에 각인된 탓은 아닐까? 실제로 기근을 겪었던 기간에 태어난 아기들은 Thrifty metabolism 이라고, 음식이 몸에 들어오는 족족 지방으로 저장하는 대사를 가지고 태어나 일반인보다 비만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커피를 마셔야 하고, 또다시 음식을 먹어야 하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식음료는 아주 매력적인 분야이다. 한국의 문화와 음식들이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고, 먹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트랜드 - 레시피, 먹방 등 - 를 한국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우리의 유전자에 뭔가 각인된 특별한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은 음식과 문화를 연결지어 오뚜기의 과거 제품들을 소개하면서 풀어내고 있고, 가볍게 심심풀이로 읽기 좋은 책이다.



책 중에서

식품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서 시대의 욕망, 그리고 그때를 사는 사람들의 필요와 취향을 담았고, 그렇게 식생활을 포함한 우리의 일상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식탁을 살핀다는 건 곧 사회를 이해해 나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K-먹거리와 먹는 문화가 어떻게 브랜딩과 마케팅의 최전선이 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특히 기획자, 마케터, 브랜딩 담당자처럼 트랜드에 민감한 독자라면, 먹는 문화의 트랜드가 그 어떤 영역보다 예민하고 빠르게 변화한다는 걸 알고 계실 거에요. 식품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재이자, 동시에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작은 사치입니다. 그렇기에 식품만큼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담아내는 것도 없습니다. 무엇을 먹는지, 어떤 취향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지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한 시대의 욕망과 생활상이 드러납니다.


한국 소비자는 화제가 되는 콘텐츠를 경험하는 데 주력하고, 일본 소비자는 품질과 계절감을 중시한다. 한국 소비자는 제품의 선택 요인으로 비주얼보다 화제성, 품질보다 혁신성, 가격보다 경험이 더 높게 작용했다. 일본 소비자는 정확히 반대다. 일본 소비자들은 화제성보다 비주얼, 혁신성보다 품질, 경험보다 가격을 더 높게 따졌다.

- 그래서 한국은 유명인들과 콜라보 제품이 많구나. 제품의 질보다는 화제성으로 승부하고, 일본은 반면 질로 승부하는 스테디셀러들이 많고.


영업 면적만 2만 평이 넘는 국내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는 백화점에서도 식문화에 주목한다. 가격으로 보면 백화점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에 속하는데도 음식이 최고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자의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각자 SNS의 편집장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SNS에 가장 많이 올리는 콘텐츠도 단연 음식이다.


과한 소주와 가벼운 와인 중 후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나타낸다. 지독한 분위기의 사회에서 농도가 연한, 즉 서로를 용인해 줄 수 있는 적당한, 가벼운, 부드러운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직적이고 강제적이었던 술 문화는 점점 수평적이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 롤모델의 속성은 성공, 성취가 아니라 이렇게 늙어갈 수 있구나를 제안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인플루언서가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음식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면, 다음 인플루언서는 음식 분야의 대가인 영양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양사는 자신만을 위해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먹여 살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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