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박선후 1편

1. 그가 운이 좋았더라면.

by RachelJane

소설 박선후 1편

1. 그가 운이 좋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진짜입니다. 박선후씨는 실제 인물이에요.

아뇨. 그냥 소설입니다. 박선후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1.


1978년 6월, 여름의 시작.

선후는 운이 좋았더라면 재벌 3세의 막내 아들로 태어났을 것이다.


선후의 할아버지는 광주의 큰 건설 회사의 창업주였다.

광주 땅의 반이 할아버지의 땅이었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었으니,

그 시대에는 유지라 불리었고, 지금이라면 재벌이라 불렸을 것이다.


그 세계의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할아버지는 장남인 아버지를 일찍이 결혼시켰다.

타고난 환경 덕에, 아버지는 자연스레 재계의 사람에 속하게 되었고,

시대를 막론하고 돈을 가진 자는 힘을 가진 자를 필요로 했으므로

정계의 집안의 어여쁜 딸과 맺어졌다. 정략 결혼이었다.


스스로 부를 거머쥐려 평생 안간힘을 썼던 할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기업의 주인이 되었으나, 다 가진 것만 같은 그때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러니까 40대의 나이에 위암 판정을 받았고,

암세포는 팔팔하고 활기찬 몸에 무서운 기세로 뻗어나갔다.


서둘러 세상을 등진 할아버지.

그의 죽음이 애통하였으나, 아버지는 고통을 내놓을 시간도 없이

급류에 떠밀리듯 갑작스레 회사를 책임져야 할 자리에 앉혀졌다.

그때 아버지는 22살이었다.


탄탄 하기만 할 것 같던 아버지의 미래는

위태로운 모래성의 모양으로 눈앞에 와 있었다.

아버지는 앉혀진 자리에서 해야할 일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그를 성마르게 재촉했다.


아버지는 발이 닿을랑 말랑 수위의 강가에 내던져 진 채,

물에 완전히 빠지지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도 못한 채

위태로운 발길질을 이어나갔다.

힘을 빼지 못한 다리에는 쥐가 나기 마련이었고,

그런 다리로 유유히 유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일제시대를 겪으셨고,

아버지는 광복이 되기 한 해 전에 태어나셨으니,

역산해 보면 선후의 아버지가 회사를 책임져야 했던 때는 60년대 후반이었다.

그 시대는 지금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향응과 뇌물의 힘이 셌고,

장유유서 정신과 가부장적 문화가 온 사회에 끈적하게 눌러 붙어 있었다.


향응과 뇌물이라는 그 시대의 원칙을 충실히 따랐던 회사의 중역들의 시선에,

20살이 갓 남은 새파란 녀석이 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는 것은 몹시도 못마땅한 일이었다.

그들에게 그의 행동은 경솔 했고 그의 말은 거만 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아버지의 말과 행동이 실제로 어땠는지 와는 완벽하게 무관한 평가였다.

능구렁이 같은 그들에게 아버지는 주무르기 쉬운 점토와 같았다.



Give & Take.

거래적 관계를 기반으로 쌓아 올린 탑은

몹시 미미한 불균형만으로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모든 것을 불균형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경영권 탈취를 위해 아버지를 속이고 조금씩 주식을 사 모았다.

그들은 저울의 바늘을 뒤틀었고,

정확히 같은 무게인 것들도 자꾸만 그들의 쪽으로 기울어졌다.


뉴스와 신문기사는 ‘OO건설 회사의 경영권이 이전되었다’ 축약하였다.

그 뿐 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회사를 뺏겼다.

선후는 운이 좋았더라면 재벌 3세의 막내 아들로 태어났을 것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