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금) - 2/20(금) 일상 메모
2/13(금) - 2/20(금) 일상 메모
[설 연휴 D-1일]
일단은 적어보자. 난 그래야 괜찮아 지니까. 카페 공명.
설 연휴를 앞두고 일찍 마친 덕분에, 카페 공명이라는 곳에 왔다.
OO언니가 링크를 보내주었던 북카페같은 곳. 오고싶었던 곳인데 결국 왔다.
오늘은 그냥 집에 들어가기엔 너무 꿀꿀할 것 같았다.
공명라떼가 가장 앞에 있는 시그니처 메뉴이길래
별다른 생각도 없이 일반 라떼겠거니 생각했는데
평소에 먹지도 않는 크림이과 시나몬 흑설탕이 섞이 연유라떼였다.
당황스럽다. 이거 일반 라떼 맞죠? 한번만 물어봤으면 됐을 것을.
그래도 내가 달달한 계피가루 듬뿍 올려진 커피를 먹는 일은 거의 없으니 즐겨야지.
두쫀쿠도 팔길래 먹을까 말까 주저했는데
그것마저 시켰다면 달+달 조합은 저주지 저주야.
라떼를 잘못시킨 나를 혼내지 말고 두쫀쿠 안시킨 나를 칭찬해보자.
난 소즁하니ㄲr
이곳엔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무엇인가에 몰두한다.
다들 뭘 하는 사람들일까. 대체로 다들 아메리카노를 먹는다.
디저트가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곳고에 디저트를 시킨 사람들도 많다.
수다를 떠는 사람보다 자기 앞의 모니터를 바라보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다.
이 정도가 되면 우리나라에서 카페라는 장소의 정의를 조금 달리 해야 하는게 아닐까.
원래 의미였던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 하며 커피를 마시는 곳’은
이미 예전의 정의가 되어버렸을지 모른다.
예전의 정의를 기준으로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옳다그르다
판단하는 것 조차도 outdated한 느낌이 든다.
그런 논란이 있은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세상은 정말로 빠르고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변화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은 초조함을 느끼고 불편해 한다.
그래서 밍기적밍기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다가,
결국 발끝까지 밀려온 변화의 파도에 어기적 거리며
양말을 벗어 물에 발을 담그어 본다. 그러나 바지는 그대로다.
무릎까지 바지를 걷을 수는 있겠지만, 큰 파도가 치면 다 젖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은 것이지. 나도 마찬가지.
반대로, 변화가 너무 신나는 사람들은 그 모든 것들이
도전, 미션 같은 것으로 여겨지겠지.
‘변화’를 기꺼이 여기는 사람들은 변화의 시기가 설레겠지?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정적인 세상에서 견디지 못하겠지.
결국 내가 어떤 특성을 가졌느냐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서 너무 다른 가치 평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잘못된 게 아니고, 유별난 게 아니다.
그냥 나는 나일 뿐. 덜 익숙한 어떤 것일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내가 장소를 옮기기만 하면 다 바뀌어버린다.
그러니 외부의 무엇이 아니라 진짜 내게 편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귀와 눈을 가끔씩 꼬옥 닫고 감은 채 그것을 지켜야겠다.
난 소즁하니ㄲr
[명절, 시댁에서의 2일차]
내가 남들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얼마나 독특하거나 혹은 평범한지를
가늠하는 아주 쉬운 방법은 타인 사이에 나를 집어넣는 것이다.
연휴를 지내며 시댁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아버님, 어머님, 남편, 나, 아이를 각자를 채우고있는 생각,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 세상을 아름답거나 혹독한것으로 바라보는 시선,
각자가 가지는 인생의 로망, 잘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 등등
모든 것이 이렇게나 다르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는다.
결혼 초에 내가 아버님을 바라보던 시선이 많이 변했다.
처음엔 굉장히 성실하며 검소하셔서 집안을 이정도까지 일구셨구나.
일종의 감탄과 존경이 있었으나,이번 여행에서는 뭐랄까.
고지식하고 본인의 시선과 다른 시선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 깐깐한 할아버지 같았달까.
그는 결혼 초부터 8년이 지난 지금과 같으나, 나의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아마도 내년 명절 때 나는 또 다른 시선으로 그를 볼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들과 세상은 그대로 인데, 그때마다 나를 채우는 것들이 다를 뿐이다.
결국 때마다 내 안에 무엇이 채워져있느냐가 내 삶의 태도와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겠지.
무엇보다 이번 시댁 방문이 좀 다른 점은, 내가 별로 눈치를 안본다는 점이다.
어른들의 눈치를 안보는게 아니고 남편의 눈치다.
예전엔 내가 뭘 안하고 있으면 남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걸 떠올리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미리부터 남편 성향을 떠올리며 남편이 어떻게 생각할지 전전긍긍.
이번엔 확실히 그게 없다.
지난 명절과 이번 명절 사이에 일어난 부부싸움과
그로 인한 파워게임의 승자가 나이기 때문이겠지.
그 싸움에서 나는 8년간 아등바등 애써오던 (나만 아는) 배려를 관두기로 했다.
덕분에(?) 되려 남편이 나를 의식하는 것 같다.
가족이라는 단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데 이
런 영역에서 마저도 결국엔 파워게임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게 어쩐지 씁쓸하다.
순수한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모를 로망 같은게 있었다.
진정한? 사이에서는 마음의 무게를 재가며 행동하지 않아도
완전무결한 균형이 있을 것이라는.
그러나 이제는 진실로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내나이 36살. 로망의 종말을 선고한다.
결국 마음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에는 기술적인 것들, 정치적인 것들이 포함된다.
[수천개의 페르소나로 살기]
‘내 안에는 살인자도 있고 부처도 있다.’
요즘의 내가 몹시도 유용하게 여기는 문장이자 명제.
유투브 최성운의 사고실험에 나온 배우 유태오가 이런 얘기를 한다.
‘연기하는 모든 인물은 내가 다른 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가진 내면의 일부에서 뻗어나온 것이다.‘
유태오가 말한 인터뷰의 내용과 내 안에 수천개의 페르소나가 존재한다는 상상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아 유태오, 사색하는 인간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작품은 못봤지만 팬이 된거같아요.ㅎㅎ)
내 안에는 수많은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힘이 들고 불안할 때는 지금은 부서지기 쉬운 시절을 지나던 그 여리고 어린 나구나.
오늘은 또 편안하고 여유로운 나구나.
지금은 심술궂고 샘이 많은 나구나.
그렇게 생각해보기로.
이때 키 포인트는 그 모습을 나라는 사람의 외형으로 상상하지 않고
완전히 딴 사람을 떠올려보면 훨씬 상상을 소화하기 쉬워진다.
돌아보면 나는 타인에 대해 언제나 관대했는데
그들을 다정한 마음으로 보았듯이 나에게도 그리하길.
관찰하는 자아. 상냥하고 친절한 제인이 되어 수없이 변화하는 레이첼을 지켜보는 것.
(나는 평소의 내 모습을 레이첼로, 나를 바라보고 돌봐주는 자아를 제인으로 두고 산다.)
아 나처럼 자기 스스로의 모습 중 잘난 모습만 예뻐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러면 그들도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텐데!!!!
알려주고싶어라. 어제 이종범 작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타쿠들은 왜이렇게 밥을 떠먹여주려할까요?
어떤 한분야에 깊이 빠진 이들은 누군가 그것에 관심을 가지면
거기에 관한 모든 걸 알려주려고 하는 태도를 표현한 것이었다.
내가 남들에게 이러면 덜 힘들어요!! 이러면 훨씬 나아져요!!
알려주고싶은 건 내가 사람이 겪는 내면의 어지러움 같은 것에 완전히 꽂혀있기 때문이곘지.
오타쿠인가봐. 언제도착하나 하던 회사가 메모만 하면 시작하면 이렇게 빨리 와버린다.
일단 출근을 해보쟈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