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육아] 2026년 10주차

3월 2일 ~ 3월 8일

by RachelJane

요 며칠 아이와 나누었던 사랑스러운 대화 몇 가지.


대화 1. [골든과 소다팝]


학예회 때 7살 언니들이 케데헌의 '골든'과 '소다팝'으로 공연을 했다.

그 여파로 아이는 그 노래들을 너무 좋아하게 된 터.

처음엔 음악으로 듣다가, 지금은 두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여달란다.

거기 나오는 사람들처럼 춤을 추고 싶다는 아이.

엄마아빠와 있을 때 가끔씩 보여주긴 하지만

미디어 노출에 혼을 뺏기는 아이를 보면 이게 잘 하는건가 싶은 순간이 많다.

그래서 아침에 이모님이 등원을 준비하는 시간,

명확하게는 부모와 함께 하지 않는 시간에는 영상은 되도록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유연이에게도 엄마아빠랑 있을떄만 보는거야~ 하고 이미 몇번은 일러둔터였다.


어제 대화를 하다가 아이가 아침에 이모님과 골든과 소다팝을 봤다는 얘기를 한다.

아이가 강력하게 요구하면 이모님의 입장에선

한두번 틀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러려니 하며,

많이 봤어? 물어보니 한번만 봤단다.

대답에 묻어난 쭈뼛함에 한번만 본게 아니란 걸 알아차리곤,

괜찮아. 많이 봤으면 그렇다고 얘기해도 돼~ 하니 웃으며 많이 봤단다.

그러고는 뒤에 나오는 말에 빵 하고 터져버렸다.


옆에 앉아있는 내 얼굴을 그윽하게 보더니 씨익 하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애교를 섞어, ‘서얼마~~? 혼내려는 건 아니지??’ 그런다.

만 3.5세의 눈빛과 말투가 맞냐고.

혼낼 일도 아니지만 저런 말을 하는데 너무 귀여워서 다 용서가 됐다.

사랑스럽다는 건 정말 강력하다.

난 혼낼 생각도 의지도 없었건만,

창고에 있는 무기까지 꺼내어 반납하며 무장해제를 하게 되니까 말이다.

요놈시키..너무 귀엽다.



대화 2. [그때는 미안했어]



며칠 전 삼촌이 장난감을 사주었다.

2000가지의 각종 음악과 동화 ASMR이 나오는 곰돌이 장난감인데

곰돌이의 얼굴은 무드등의 역할을 한다.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던 아이는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무드등을 밝게 켜고 ASMR을 작동시킨다.

말이 무드등이지, 형광 핑크의 빛깔이 안방에 존재감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이걸 켜두면 아이는 눈을 감지 않고 그것만 바라보고 있을게 뻔하고,

아이는 수면이 부족하게 된다.


새학기, 이른바 ’언니반‘이 되면서 낮잠이 사라져

아이는 체력고갈 상태를 겪고 있다.

나는 저 무드등 곰돌이 놈을 없애야 했다.

OO아 엄마가 OO이가 저걸 좋아해서 참아보려고 했는데

눈이 부시고 너무 불편해서 못자겠어~ OO이 방에 가져다두자.

아이는 지지 않았다. 아니얔!!! 내가 원하는대로 할거야!! 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라 보통 상대가 불편하다고 하면 말을 들어주는 편인데

피곤함과 잠투정이 누적된 탓에 무조건 싫어 모드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 끝에 아이는 울고 나는 침묵하며 분쟁의 시간을 보냈다.

어찌되었든 잠이 제일 중요하므로 엄마의 말대로 마무리 되었다. (아가 미안)


그리고 3일이 지난 어제 밤 아이가 그 장난감을 발견하고는 말한다.

엄마~ 지난번에는 미안했어~ 양치를 하던 나는

그 일을 이야기하는건가? 싶어 뭐라구~? 하니,

‘그때는 내가 흥분을 해가지구~ 가족끼리는 불편하면 안하는거야~ 양보하는거야~‘ 그런다.

내가 분쟁의 과정에서 아이와 나누었던 대화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었다.

OO아, 가족끼리는 원하는 걸 서로 해주기도 하지만 불편한 것들은 참기도 하는거야.

그날 밤 아이는 슬프고 억울했지만 엄마의 말을 귀담아 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 아이의 말을 얼마나 귀담아 들었을까.

감동스러우면서도 미안하고 어떤 복잡미묘한 마음에,

그랬구나 엄마도 그 때 더 다정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미안했어!!! 씩씩한척 말한다.

그래!! 우리 이제 사이좋게 지내자. 더 씩씩한 아이가 대답한다.

이런 순간들은 예상에도 없이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 장면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더 자세히 적을 수 밖에.


대화 3. [아무리 기다려도]


거의 2주가 넘게 이어지는 아빠의 야근.

어제도 오늘도 아빠를 보지 못한 아이.

오늘도 둘이서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이야기 한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 또 기다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안오더라구’ 누구? 라고 물으니 아빠란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오네 아빠는’ 아빠가 보고싶은 마음이구나.

하는 짠한 마음이 올라오려는 찰나 순진무구하고 통통한 입술이 다시 움직인다.

‘아빠는 ~ 거북인가봐 키키키키‘

아빠가 늦게 집에 온다는 걸, 거북이 처럼 느리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순진함과 귀여운 비유에 짠한 마음은 금새 사라지고

그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진다.




[엄마의 이중성]


평일 5일 내내 저녁 몇시간 밖에 보지 못하는 절절한 마음은

왜 토요일만 되면 게눈 감추듯 사라질까.

떨어진 체력 탓인지 늦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에,

일찍 일어난 아이의 ‘엄마 일어나요!!’ 하는 외침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더 늑장을 부렸다간 아이가 점점 짜증을 부릴 것이니 몸을 일으킨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기로 한 날.

외출 전까지 최선을 다해 놀아주지만, 중간중간 피곤함이 몰려온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앞선데 몸은 마음보다 훠얼씬 느리고 둔하고 약하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가 나가면 약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기 시작한다.

휴식이 주어졌으면 온전히 즐기면 되는 것을!!

또 저기 멀리서부터 자괴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일주일에 5일을 떨어져 지내는 것과 다름 없는데!! 나는 과연 어떤 엄마인가 하는 심각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한다.

오바스러운 마음을 다시 끌어내리며 브리저튼을 튼다.

오 재미있다. 소파에 누워 몰입하다가

또 모성애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면 마음이 너무 불편해진다.


휴식이기도 하고 휴식이 아니기도 한 이 시간들.

나라는 사람과 엄마라는 역할에서 힘겹게 균형을 잡고있는 나날들.

최근 ‘코칭’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배운대로 관점을 좀 바꾸는 질문을 해보기로 한다.

'10년 뒤 의 고객님이 지금 고객님을 본다면 뭐라고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음.. 아마 아이가 크는 동안 다른 많은 일이 일어나서

오늘 겪는 일은 아무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니 푹 쉬라고 이야기해줄 것 같아요.'

(옳소!!! 10년 뒤의 내가 옳고 또 옳다)

그래. 10년 뒤의 나는 이렇게 생각할거라고 하니 마음 놓고 쉬어야겠다.

그러나, 아마 나는 그러지 못하겠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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