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3월 넷째 주

그냥 살고 있어요

by RachelJane

[취향있는 사람]


본가에 가기 위한 비행기가 곧 이륙 하려 한다.

비행을 하는 동안 들을 음악을 다운 받는다.

유명한 영화 ost의 재즈 피아노 연주곡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주로 이렇게 잔잔한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이렇게 분명한 취향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취향을 이제서야 만드는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취향이 꽤 많다는 사실이 만족 스럽다.

그만큼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아껴주었다는 증거 느낌이랄까.

후후후후훗




[좋아하는데 이유는 없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왜 좋은지는 생각하지 말아야 겠다.

그 이유를 밝혀내면 그 이유에만 종속되는 기분.

만약 그 이유가 사라지면 마치 좋아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 같달까.

그러니 좋은건 그냥 내가 좋은거야 라고 생각해야지.

온전히 나의 감각에만 맡겨야지.

그래서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니가 좋은거야’

같은 말들이 감동적 서사로 스테디셀러인 것인가?




[이따 먹으면 되잖아]


알고리즘으로 뜬 쇼츠에서 였던가?

힘들이지 않고 ‘행복’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스토리를 꺼내 놓는다.


이야기의 논지는

무슨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다~ 먹는데

양을 조절하면 된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그 사람의 한마디가 뇌리에 콕 박혀

지금까지 계속해서 곱씹는다.


맥락은 이러하다. 식사를 할때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것 처럼 먹지말자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고 싶어질 때면

’어차피 이따가 또 먹을거잖아‘ 하고 스스로에게 말한단다.

맛있는 음식을 남기면 이따가 먹는건데 왜 집착해? 하는거다.

그치. 지금 안먹으면 이따가 또 먹을 수 있지.

그렇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문득 삶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 준다.


그렇지. 어차피 우리 몸은 칼로리를 필요로 하고

우리는 음식을 먹어야 하지.

하루에 두번이나 세번 꼭 먹어줘야지.

이걸 평생 먹어야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먹어치우지 않으면

영영 못먹을거라 생각하며,

희소한 자원을 가지고 투쟁하듯 음식을 우겨넣지.

그래 투쟁의 마음을 버리고

어느 때나 취할 수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면 되겠구나.


사실 이 내용은 ‘욕구’가 작동하는

아주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다.


못가진다 생각하면 더 갈망하게 되고,

넘친다 생각하면 무감해지는 아주 기본적인 원리.

그렇게 생각하며 그 한마디를 몇번 곱씹었떠니,

놀랍게도 요며칠 맛있는 음식을 끊임없이 갈망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생각이, 특히나 감정이 들어간 마음가짐이

전부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결국 인생도 그렇지. 무엇이든지 간에

내가 다시는 가질 수 없고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면 사람은 아등바등

그것에 목마르고 원할 수 밖에 없다.

계속해서 아니야, 우리 어차피 매일 살아.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아. 그러니 괜찮아.

같은 말들을 자주 해줘야겠다.

그것이야 말로 하루를

가장 욕구 충만하게 살 수 있는 일일테니 말이다.


그래. 내게는 충분한 자원(정신과 사지가 아직은 멀쩡하니까!)이 있고,

내가 언제나 원해왔던 것은 ‘여유’라는 사실.

이 사실을 잃어버리지도 않도록 반복 주입해야겠다.



[일상이 중요한가요?]



수년 전부터 내 블로그 비밀 글에는 이런 문장이 반복해 등장한다.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자. 일상이 중요하다.’

그 문장을 적던 20대의 열정의 아가씨는 말만 그리하였다.

즉 일상을 무시하고, 회사, 일, 직업 같은 이벤트에만 에너지를 쏟았다.


그런데 요즘, 수년이 지나 아이의 엄마이자 30대가 된 지금.

드디어 머리를 넘어 마음으로 몸으로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작년 말이었나? 올해 초였나?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행복의 모습‘을

떠올려 본 경험은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이렇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니 말이다.


그 장면을 상상하고 스스로,

내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가를 깨달으며 달라진 것들이 참 많다.

알고보니 나는 ’일‘이 아니라 ’여유와 편안함‘을 원한다는 것.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애정을 느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내가 결국 바라는 모습은 그것이었다.


그것이 중심이 되니 정말로 내 삶의 우선순위가 알아서 재편 된다.

그래서 지금은 일상을 어떻게 가꾸느냐가

그 어느때보다도 나의 삶을 질을 훨씬 더 많이 좌우한다.

내가 바라는 행복의 모습은 일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가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공부를 할 때에도 언제나,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초점이있지.


그러나 여유와 안정,

즉 내가 그린 행복의 모습은 모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하는 운동도, 산책, 햇볕을 받는 일,

건강한 음식을 찾는 일, 책을 보는 일 같은 것들이

몹시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무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즉각 멈추는 일도 생겼다.

아마 예전엔 무리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이만큼이나 노력하며 잘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 ㅎㅎ

지금은 내가 억지로 혹은 무리해서 하는 일은

결코 오래동안 할수 없고,

내가 반드시 그 보상으로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풍선효과처럼 어느 한 쪽을 꾸욱 누르면

반대편이 불룩 하고 튀어나온다.

나는 어딘가가 들어가고 어딘가가 넘치는 울퉁불퉁한 것 말고

그냥 동그란 풍선으로 살고싶은 시기인가 보다.

조금씩 내가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 쪽으로 이동중이라는 걸 느낀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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