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훈련

(feat. 대강당에서)

by Rachel

대학 시절, 아침 훈련을 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꽤 부지런해야 하는 일이었다.


기숙사에 살아도 예외는 없었다. 아침 7시까지는 모든 준비가 끝나 있어야 했다.


선배들의 호구를 꺼내 놓고, 도복도 정갈하게 세팅해 두어야 했다.
우리 것도 마찬가지였다.

옷을 갈아입고, 죽도와 목도도 직접 챙겨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해 놓고 나면, 그제야 훈련이 시작됐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첫 훈련 날은 맞기수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었기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갈아입을 옷만 챙기면 됐고,
호구와 도복을 나르는 것도 선배들이 몇 가지를 도와 주었기 때문에

머릿수가 많았던 초기에는 그렇게 힘들지 않기도 했었다.

덕분에, 첫날의 긴장보다도 어쩐지 훈훈함이 더 오래 남았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몸이어서 그런지, 첫 훈련이 끝나고 나서는 어깨 통증이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교수님께 강의를 듣는 시간동안 어깨가 쿡쿡 결려서 아픈 것 때문에 무슨 강의를 듣는지도 모를 만큼,

나는 근육통에 시달리곤 했다.


아마, 다른 동기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산적만큼은 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수업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고 호구를 묵묵히 나르는 모습은,

꼭 오래 전부터 해온 일처럼 익숙했다.


나는, 궁금증에 첫 아침 훈련이 끝난 뒤 물어 보았다.


"넌 안 힘들어?"

"이까짓게 뭐가 힘들어. 호구 쓰면 더 힘든데. 넌 호구 안 썼잖아. 호구 쓴 사람들이 더 힘들걸?"

"호구.. 우린 써볼수 있을까?"

"넌 초보잖아. 도장에서도 그렇게 일찍 호구 안 써. 1년은 배워야 쓰지."

"그렇구나."

"그리고 너 냄새 나. 땀 흘렸으면 가서 씻기나 해."

"어."

까칠하게 말한 산적은 휙 돌아서서 호구를 나르기 시작했다.


그날, 산적이 남긴 말보다,

묵묵히 움직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무심한 듯 보였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몸을 움직이던 그 모습이, 왠지 조금 멋있어 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4시가 되어 동아리방 앞에 말려둔 호구를 정리할 때도,

산적은 누구보다 먼저 정리했다.

선배들의 땀 냄새가 밴 호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면서,

이름표에 맞게 호구를 정리하는 모습이 꽤 오랫동안 활동한 회원 같아 보였다.


첫 훈련은,

그렇게 묵묵한 산적의 뒷모습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날의 땀 냄새와,

그날 오후의 햇살은 참 오랫동안 설렘으로 가슴에 남아 있었다.

첫 훈련은, 근육통과 산적의 뒷모습으로 오랫동안 기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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