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새 것을 사고 나면 달라지는 시선)
무더운 여름날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쇼핑목록을 작성해 보았다.
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사고, 또 버렸다.
새것을 사기 전까지는 사용하던 물건을 아끼며 썼다.
하지만 새것을 들이게 되면, 시선은 어느새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번 목록에는 오랫동안 바라던 노트북이 있었다.
2015년부터 꿋꿋이 달려와 준 빨간색 노트북은
세월의 힘에 눌려 모니터는 누렇게 바랬고,
덜덜 떨리는 몸으로도 10년을 버텨주었다.
그 노트북은 나의 덕질의 통로였고,
영화관이었으며, 홈트레이닝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외로운 자취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했다.
이제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야 할 때다.
데이터 백업을 하면서도, 나는 끝내 그 빨간색 노트북을 버리지는 못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닿은 손길과 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랑 겹쳐 보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새것을 사고도 신나기보다는, 계속 낡아버린 노트북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만 떠올랐다.
내 새 노트북을 바라보며, 나는 지난 세월을 함께해 준 빨간 노트북을 조용히 매만졌다.
내 선생님이 되어 주고, 내 세월이 되어 준 것 때문일까.
지난 두 달 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들떴던 시간도 떠올랐다.
그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한 노트북이어서인지,
이 노트북이 없어지면 나의 그 글들도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런 두려움이 끝내 내 손끝을 붙잡았다.
손끝을 붙잡는 것 같은 느낌,
아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눈길을 계속 그 노트북에 매달리고 있었다.
새것을 만지면서도 시선은 계속 빨간 노트북 겉면에 머물렀다.
선명하게 새겨진 ‘SAMSUNG’이라는 글자—
그건, 아빠의 선물이었기에 더 마음에 남았는지도 모른다.
졸업 전 선물이라며 아빠가 이맘때쯤 주신 노트북.
소중히 아껴 쓰며 잘 지내왔는데,
정말로 이제는 새것을 사고 너를 넣어둘 때가 왔구나.
그동안 내 곁에서 함께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아빠의 마음처럼 너를 잘 포장해 곱게 기억할게.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