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생일 축하해)
예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기억법을 기억하나요?
저는 사물 하나에 사람 하나가 떠오른다고요.
술집에서 흔히 보이는 하이볼 하나에, 늘 떠오르는 후배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신화 멤버의 본명과 이름이 같은 후배라,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우리 신화멤버라며 누구보다도 챙겼던 후배입니다.
서울에서 온 K는, 말씨가 부드럽고 간질간질해서 그 애가 말할 때는 웃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어요.
부산에서, 울산에서 자란 나는 모르는 말투.
그래서 그 애의 말투는 늘 다정했어요.
그래서일지도 모르지요, 하이볼 한 잔으로 기억되는 K는
늘 나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애는 늘 다정하지만은 않았어요.
운동할 때만큼은 다른 사람이 되곤 했어요.
아침운동시간에는 매서운 머리나 손목치기, 되받아치는 기술로 우리를 압도하곤 했죠.
나는 늘 그 애의 머리를 따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샤워하고 나오면서
같이 밥먹으며 그 애의 기술에 감탄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청춘 한 페이지에 그 애와의 일들도 많이 기록되어 있어요.
행복한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준 그 애에게, 나는 해준 게 별로 없지만—
적어도 너와의 기억들은 따뜻했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몇 주 전 K와의 통화에서도
나는 반가움과 함께 오랜 동생과의 통화를 해서 너무 기뻤어요.
그날 답답했던 나의 공황증세가 나아지는걸 느꼈어요.
그래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늘 생일 축하를 해주고 싶어요.
생일 축하해, K야.
오랫동안 너와 연락하지 못해서 매년 너의 생일이라는 알람이 뜨면 늘 미안했었어.
아이를 돌본다는 핑계로, 결혼 후에 너에게는 연락을 많이 못했잖아.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멀어지나 생각했었는데-
몇주전 큰 용기를 내어 건 전화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네 목소리를 듣고 용기를 얻었어.
언제나 그렇듯, 너는 나에게 힘을 주네.
고마워, K야.
"선배는 멋있는 사람이에요."라는 그 한 마디가 나에게 큰 위로를 주었어.
그날 너랑 통화 끊고 나서, 나도 좋은 사람이었구나 생각이 들어서 많이 울었어.
그래도, 너에게 늘 드는 생각이 있어.
너랑 마지막으로 같이 술 마신 날, 그날 조금 마셨던 하이볼만큼 맛있었던 술은 없었던 것 같아.
그래서 널 생각하면, 하이볼이 먼저 떠올라.
더운 여름밤에 최고의 시원함이었거든.
이 무더운 여름 날, 너에게도 시원함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이 글을 써.
더운 날에 태어난 K, 오늘 저녁 하이볼 한잔 어때?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이 하이볼 한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