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불행이 다가오는 예감은_항상 적중한다)
합숙 마지막 날, 동기들끼리 시합이 열렸다.
검도는 성별 구분이 필요 없는 운동이지만,
38죽도를 쓰는 여자부와 39죽도를 쓰는 남자부의 차이는 뚜렷했다.
대부분 손이 작은 신입생들이 38죽도를 썼고, 그 차이를 고려해 우리는 남자부와 여자부로 나뉘어 겨뤘다.
나는 가진 힘을 다했고, 그 끝에서 신입생 여자부 1등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39 죽도를 쓰는 여니와 대결하게 되었을 땐 먼저 한 점을 내 줬지만,
뒤이어 두 점을 내가 먼저 따면서 경기를 뒤집고 이겼다.
이겼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나는 그 날, 활짝 웃으며 시상식에 찍힌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유행하던 싸이월드에도 그 사진을 꼭 올려둘 만큼, 내겐 무척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성공적으로 합숙을 마치고,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나는 신입생 1등이다!”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결과였으니, 당연히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서 마주한 건 심드렁한 얼굴뿐이었다.
‘그거 이겨서 뭐 하냐’는 듯한 표정들.
나는 순간, 크게 실망했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싶을 만큼, 가족들은 내 성취에 무감각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나 혼자만의 성취였구나.
그래서 더욱 씁쓸했다.
그래, 겨우 교내 성적이니까 그런 것일 뿐이야.
이제, 2학기 시작하면 신입생 대항전 있으니까.
그 때면, 우리 가족들도 나를 응원해 줄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은 희망일 뿐이었다.
새 학기가 열리자마자, 합숙 내내 스치던 불길한 기운은 현실이 되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겨우 일주일.
비가 내린 다음 날, 젖은 계단에서 호구를 들고 내려오다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양발을 크게 다친 나는 신입생 대항전에 설 수 없었다.
그 무대는, 끝내 내 차지가 아니었다.
나는 그날, 세상이 무너진 듯 울었다.
내 양발이 아픈 것보다 더 서러운 건,
2주 뒤 있을 신입생 대항전에 영영 나설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엄마 아빠가 올 때까지, 병원으로 가게 될 때까지—
나는 어린애처럼 소리내서 울었다.
눈물이 다 마른 줄 알았는데도,
미련은 계속 차올라 마음을 긁어댔다.
생채기 난 마음 위로 소금을 뿌린 듯, 따갑게 울음이 이어졌다.
산적과 키 큰 동기가 나를 업어 날랐지만,
그조차 개의치 않을 만큼 눈물이 흘렀다.
병원에 도착하고,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나는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여름 합숙은—
정말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내 노력은 빛을 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훌쩍, 날아올라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