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중학생

(feat. 꿈 속의 아쉬움)

by Rachel

새벽녘, 나는 꿈에서 깼다.



나는 꿈 속에서 중학생이었다.
남구의 한 명문 중학교 교복을 입고, 기숙사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기억은 분명히 서른다섯 살의 나였다.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는데, 왜 다시 열셋의 기숙사 생활로 돌아와 있었을까.

의문에 빠져 학교를 헤맸다. 교실은 5층, 중학교 3학년 졸업반 그대로였다.

나는 동생을 찾고 있었지만, 만나는 아이들은 모두 동생이 아니었다.


그러다 1학년 교실에서 곤죠 왕자의 얼굴을 보았다.
어릴 적 동생의 얼굴이 아닌, 아이들과 행복하게 노는 곤죠 왕자의 얼굴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현실이 아니구나.

나는 서른다섯 살이다—아이를 둔 엄마인 중학생.

코너를 돌아 학생 휴게실에 들어섰을 때, 창가에 매달린 푸른빛 눈꽃송이 장식이 보였다.


아, 여긴 크리스마스였구나.
그 순간 생각했다.
‘이래서 그때 기숙사 생활이 즐거웠겠구나.’
친구들과 밤마다 웃고 떠들던 기억,

눈 오는 날 운동장에 발자국을 찍던 설렘이 눈송이처럼 스며들었다.


나는 13살의 몸으로 폴짝폴짝 뛰며 즐거워했다.
그러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지만 동시에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이 나타났다.


내 첫사랑.
저 멀리서 다가오는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게 꿈이라면, 차라리 깨졌으면 좋겠다.
손을 내밀자 허공이 산산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내 눈앞에 나타나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백하고 있었다.

“나는 서른다섯이야. 결혼도 했어. 그런데… 열셋의 나는 네가 좋았어. 널 좋아해.”


그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숨이 막혔다.
현실에서는 끝내 하지 못했던 고백이었으니까.
견딜 수가 없어 발을 힘껏 굴렀다.
발밑이 깨지며 갈라졌고, 나는 그 틈으로 쏙 빠져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눈을 떴다.


현실로 돌아와 남편이 곁에 있는 것도, 아이가 옆에 있는 것도 확인했다.
나는 아이의 작은 손바닥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꿈이라서 다행이야.”


눈꼬리에 남은 눈물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제야 알았다. 왜 꿈속에서 아쉬움이 남았는지를.
그때 끝내 말하지 못했던 고백이 아쉬움이 되어, 꿈으로 흘러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시절보다 훨씬 단단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아이의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그 작은 온기가 내가 돌아와야 할 자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내 남편과 아이, 그리고 나의 보금자리.
여기가 현실임이 아득하지 않을 만큼, 오늘의 나는 단단히 현실을 딛고 있었다.


꿈속 고백이 여전히 찜찜하게 남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사랑하는 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남편과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 이 삶이기에—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오늘의 꿈은, 내가 살아가는 현재가 가장 만족스러운 삶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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