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
안녕하세요, 감성 DJ D입니다.
오늘은 조금 느슨한 하루,
그냥 ‘실패의 날’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날입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글감들,
‘뿅’ 하고 떠오를 것 같은데 끝내 떠오르지 않는 생각들.
머릿속은 지워진 칠판처럼 텅 비어버리고,
손끝의 문장들은 미끄러져 버립니다.
나는 스타벅스 한구석에 앉아
노트를 열고, 멍하니 커피를 식힙니다.
오늘은… 평화의 날이라고 치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척하는,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는 하루 말이에요.
우울증 약을 먹고 정신이 춤추듯 흐트러질 때면
나는 꼭 밤의 숲으로 산책을 나선 공주님 같습니다.
자수 그림책 속,
별빛 공주들이 금빛 숲과 은빛 가시나무숲을 지나
왕자들을 만나러 가던 그 장면처럼요.
하지만 그 숲을 지나도,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습니다.
제정신인데도 꿈을 떠도는 사람처럼,
아름다운 숲을 보았는데 감탄할 힘조차 없는 사람처럼요.
나의 실패의 날은,
글을 천자 넘게 쓰지 못한 날입니다.
그럴 때면 늘 그렇듯,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폭발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은 평화의 날이니까요.
글이 써지지 않아도,
생각이 이어지지 않아도,
그냥 이렇게 조용히 앉아 있는 것도
나름의 평화 아닐까요.
내 마음대로 써지지 않는 글을 보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글도 나처럼,
약을 먹은 건 아닐까.
오늘의 선곡은,
Epik High의 〈평화의 날〉입니다.
따분하고 온갖 짜증나도
오늘 딱 하루만 참아줘-
그 가사처럼, 오늘은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도 괜찮습니다.
따분하고 온갖 짜증나는 이런 뭐가 안 되는 날에,
하루만 참으면 뭔가 좋은 날이 오더라고요.
이렇게 안 써지는 날 다음엔 또 집중력이 달라져서 또 잘 써지는 날이 오곤 했거든요.
하루만, 하루만 참으면 실패의 날이 성공의 날이 될 수도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
실패의 날이, 다음 성공을 위한 평화의 날이 되기를 바라요.
감성 DJ D였습니다.
여러분의 평화가,
오늘도 조용히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