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방탄소년단)
Intro.
강렬한 비트가 터져 나오고, 숨 가쁜 퍼포먼스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시든 꽃을 떠올렸다.
빛을 받지 못해 서서히 고개를 떨구던 꽃,
가짜 사랑에 메여 한 겹씩 말라가던 마음의 형체.
뮤직비디오 속 파열음과 꺾인 몸짓들은
어쩐지 그 꽃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되돌려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아는 어떤 이의 사랑도 그와 비슷한 것이었을까.
꽃을 피우게 하기보다는,
조금씩 시들게 만드는 사랑.
그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순간,
화면 속 장면들이 이상하게도
오래전의 나와 겹쳐 보였다.
그래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장면을 돌려 보았다.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그 뮤직비디오를 보며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눈물을, 그렇게도 흘렸다.
Fake Love라는 제목이 어색할 정도로,
이 노래는 너에게 어떤 마음을 남길까.
혹시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을까?
모래가 흘러내리고, 꽃잎이 바람에 흩어지는 장면을 보며
“저건 무슨 의미일까?” 하고 생각해볼까?
Y야.
오늘 이 노래를 Y들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이 노래가 단지 연인들만의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야.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떠올리곤 했거든.
당신을 위해서,
나도 그만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있었어.
정말로, 그만큼 하고 싶었고.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랑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고
꽃잎처럼 바람에 쓸려가 버렸어.
그래서 더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었던 거지.
한때는 꽃잎처럼 가벼웠고,
온 하늘을 가릴 만큼 예쁜 사랑이 흩날리는 날들이었어.
하지만 그런 사랑도,
거짓과 닿는 순간—
오래 버티지 못하더라.
내가 무너져가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까지 그 사랑을 붙들고 있을 때도—
그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그 사랑, 계속 나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어.
그 외침의 끝은,
결국 절망뿐이더라.
세상에는 여러 관계가 있지만—
연인 관계로만 설명되지 않는 관계가 있지.
그 사람과의 관계가
딱 그런 것이었어.
그래서 나는,
사랑이라는 관계가 늘 좋게 끝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어떤 사랑은
애틋하게 시작되었다가도
어느 순간 낯선 상처로 변하고,
때로는 인간관계라는 더 깊은 층위를 드러내기도 하지.
이 노래는,
그런 사랑과 인간관계의 민낯을
그대로 비춘 노래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단다.
그러니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부디 가볍게 들어줘.
그런 무거운 관계들은
몸도 마음도 같이 무겁게 만들 뿐이니까.
내 생각들로 너를 채우고 싶지 않아.
그저, “아, 이런 마음도 있구나” 정도로만
스치듯 받아들여줬으면 해.
가볍게 듣고,
가볍게 생각하고,
너의 마음은 너의 무게로 두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냥, 아이돌들의 퍼포먼스로 보아도 괜찮아.
그 정도의 가벼움이면
오늘은 충분하니까.
Outro.
뮤직비디오가 잠시 멈추고,
멤버들에게 닥치는 장면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물이 쏟아지듯 떨어지고,
불이 타오르듯 붙고,
폭발하듯 바람이 몰아치는 장면들을 보며
내 안에서도 무언가가
서서히, 그리고 분명하게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알았다.
내 눈물 속에서 빠져나가던 어떤 것들,
마음을 짓누르던 무언가들이
조금씩 흘러나가고 있었다는 걸.
아—
이 뮤직비디오는
이렇게 보는 거였구나.
이렇게 느끼는 거였구나.
그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