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낯선 불편함)
산적은 결국 그날,
한참을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다가 떠났다.
그건 현관문 센서등으로 알 수 있었다.
천천히 켜졌다가,
천천히 꺼지는 그 불빛을
나는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남긴 말은
며칠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음, 이건 어때?”
그가 그렇게 묻던 장면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는 괜히 산적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그날 이후,
아무 이유 없이
나는 가끔 그를 빗겨 보았다.
불편했다.
“그 이유”를 말해주겠다는 말이.
술 없이 마주 앉는 수업 시간도,
조별 과제가 되어 같은 조가 되는 순간도
나는 괜히 신경이 쓰였다.
조별과제를 하며
귓속말로 나를 부르는 산적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자꾸 비틀리는 걸 느꼈다.
도망가고 싶었다.
차라리, 예전처럼
미워 죽겠다는 얼굴로 굴지.
왜 이렇게 다정한 거지.
이 뒤에
뭔가 반전이 있을까.
혹시,
내가 미워 죽겠다는 말을
다시 꺼내려는 걸까.
그래서 나는
선제 공격에 나섰다.
산적이 애써 끼워 넣어준 조별과제 친구들에게
괜히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 배려는 됐어.
나, 혼자 할 수 있어.”
말을 뱉고 나서야
내가 무슨 선을 긋고 있는지 깨달았다.
산적이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나는 이미
그 이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갑자기 몸이 서늘해졌다.
왜 이러지.
분명,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