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우주를 보고 온 나에게)
Intro.
누군가, 말없이 나의 우주를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별을 따라 걸었습니다.
불씨처럼 옮겨진 감정은 나를 움직였고,
그렇게 나의 글은 누군가의 우주에 닿았습니다.
그 우주에서 다시, 나만의 태양이 피어났습니다.
이곳은, 감성의 발화점이자 거울 속의 미로.
나는 여전히, 그 별을 따라 조심스레 걷습니다.
지나간 나를 다시 안기 위해서.
대선 개표방송을 보며 잠들지 못하는 곤죠 왕자를 달랬다.
문득, 나의 우주가 떠올랐다.
지금 시각은 새벽 1시 47분.
방송 화면이 방 안에 흐르고, 곤죠 왕자는 자꾸 나를 부른다.
“엄마, 쮸쮸 없으니까 잠이 안 와… 안아죠…”
나는 체온으로 데워진 이불을 들추고, 아이를 안았다.
작은 심장 소리가 내 가슴을 두드렸다.
그 순간만큼은, 내 우주의 중심은 곤죠가 된다.
하지만, 곤죠가 잠들자, 나는 나의 오래된 우주로 돌아간다.
그 우주는 내 안에 있는, 아주 오래된 미로.
거울처럼 반사된 기억들.
나를 보고, 또 보고, 그 속에서 길을 잃었다.
묘한 기분 속에서, 나는 Y의 추천음악을 틀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 중 하나.
‘거울 속의 미로.’
그 미로 안엔 나, 그리고 또 다른 내가 있었다.
Y의 선곡을 듣고 있으면, 나는 껍질을 벗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이런 느낌일까?
나는 생생한 풍경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거울 속의 내가 속삭인다.
"너는 너의 어린 날을 어떻게 생각하니?
좋았지? 나쁜 기억은 없었지? 넌 잘 지냈잖아."
그런가, 그랬던가. 아니, 나빴던 거 같은데. 나는- 내 기분을 말하지 못했잖아.
"그랬나? 그런데도 넌 지금 니 기분을 말 하고 있잖아. 잘 자란 거 아니야?"
거울 속의 나와 대화하면 할수록, 갑갑해진다.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든다.
거울 속의 미로라는 게 이런 걸까.
나를 보고, 나를 의심하고, 나를 비난하는 나.
혼란스러웠던 지난날의 내가, 거울 안에 서 있다.
나의 성공을,
나의 꿈을,
나의 희망을—의심하는 또 다른 나.
나의 실패를,
나의 절망을—끝내 심어버리는 나.
나를 가장 잘 아는 나이기에,
더 열심히 하려는 나조차
가장 먼저 비난했던, 바로 그 나.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숨을 몰아쉬는 나를 향해
“왜 그것도 못 견디냐”고 말하던 나.
수많은 나들이, 거울 속에 서 있다.
서로를 바라보며, 나를 향해 말을 건다.
“넌, 누구니?”
그 질문에 나는, 또 다시 길을 잃는다.
아이가 깨서 칭얼거릴 때까지, 나는 오래도록 거울 속에서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수많은 나들이 나를 바라보고, 나를 의심하고, 때론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찾아달라고 외치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미로 끝에서—
누군가의 손이 있었다. 아주 따뜻한 체온을 가진 작은 손.
그 손은 곤죠가 잠든 뒤 나에게 남긴 것이었고,
언젠가 Y가 내게 들려준 음악 속 한 줄의 가사이기도 했다.
“괜찮아. 너는 아직 여기 있어.”
나는 아직도 그 말을 믿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거울 속을 조심스레 다시 걸어간다.
나를 비난하는 나를, 천천히 안아주고 토닥이기 위해서.
Outro.
나의 우주는 언제나 조용히 움직입니다.
빛나지도, 울리지도 않던 그 우주의 조각들이
어느 날 거울처럼 나를 비췄습니다.
그날 밤, 나는 또다른 나를 만나, 나를 의심하던 나를 안아주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거울 속에서 길을 잃었다면—
당신은 아직 여기 있어요.
그 말, 나도 믿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