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시간을 지나서)
Intro.
마법처럼, 그 아이의 세계가 열렸다.
시간의 마법처럼, Y가 아주 어렸었던 그 해의 노래가 Y의 손을 잡고 나를 이끌었다.
그 순간, 나는 Y가 보여주고 싶었던
자기만의 마법 같은 세계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날은 그냥 그런 날이었다.
날씨도 별로, 수업도 별로.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심드렁하던 첫 수업과 달리 그날은 유난히 관심을 보이던 아이.
“선생님, 아이돌 좋아해요?”
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
아, 아이돌이라면 알지.
내 세대의 아이돌—신화.
그 시절, 신화를 무척 좋아했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조금 늦게 입덕한 나는, 열 살이 넘도록 아이돌이 뭔지도 몰랐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나도 한때 덕질 열심히 했지. 근데 요즘 아이돌은 잘 몰라. 누굴 좋아해?”
그러자 아이는, 수업시간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반짝이는 별 같은 눈으로 말했다.
"요즘은 투바투가 대세예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낼 줄 아는 그 나이대만의 빛이 있었다.
"그럼 그 아이돌의 타이틀 곡을 좀 들려줄래? 나는 잘 모르니까."
"그러면. 음- 그렇지!"
핸드폰 화면을 쭉 훑던 아이가 콕, 어딘가를 짚었다.
"이거 좋아할 만한 거 같아요. 선생님 해리포터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해리포터? 아이돌이랑 해리포터라니 무슨 조합이지?
생각하는 사이, 음악의 전조가 흘러나왔다.
그냥 평범한 전조같은데. 뭐가 그렇-
말도, 생각도 잊었다.
가사가 귀에 닿자마자, 시리게 박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그 아이가 보여주고 싶었던, 자기만의 마법 같은 세계를.
새까만 밤, 계단 아래에서 아무도 모르게 시작되었을 아이의 주문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지금에서야 내게 도착했다.
순간, 누군가가 나를 향해 마법 주문을 외워준 것만 같았다.
열 셋의 내가 생각났다.
쓸쓸한 학교 현관.
깜깜한 계단 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고양이 같던 나.
그리고, 친구 하나 없이 걷던 집으로 돌아가던 길.
너무 쓸쓸하고, 너무 외로워서—
그저,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던 날들이 있었다.
나와 함께 가자, 이름을 불러달라던 그 노랫가락.
그건 마치 그 아이가 내게 걸었던 주문 같았다.
노래를 듣는 순간, 그 시절의 내가 겹쳐졌다.
너무 아픈 말이었다.
나는 정말, 그 때 누구에게든—
대답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때 정말 누구든 괜찮았다.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내 손을 잡아주면
도망가고 싶었던, 그 숨막혔던 현실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때의 나.
그 때의 나를 생각하는데, Y가 물었다.
"좋죠?"
"어- 어어. 응. 이거 좋다."
"나도 좋아요. 이거 들었을때 내 마음에 손 잡아준 거 같았거든요."
"음- 나도. 나도 마음에 손 잡아주는 것 같다."
그리고, 수업이 끝났다.
집에 돌아가는 길, 버스 안에서 노래를 틀었다.
눈을 감고 들으면 마법의 세계로 들어온 기분.
아, 이게 진짜 사춘기 때의 감성이구나.
사춘기 때의 감성을 귀로 듣는 기분이 들던,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묘했다.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한참 전에 끝났던 그 시절이,
다시 내 마음에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었다.
음악을 들을수록, 내 마음이 그 때처럼 출렁였다.
그 날의 나는, 그 노래 한곡으로,
오래된 내 안의 마법을 깨웠다.
Outro.
그렇게, 오래된 마법이 내 안에서 숨을 쉬며 기지개를 켰다.
닫힌 나의 우주에서,
오래도록 그 승강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