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곤죠왕자의 세상)
요즘 곤죠왕자의 세상은 곤충 세상이다.
돌 전에는 고래상어의 세상이더니, 요즘은 곤충의 세상이 왔다.
나는 곤충을 무서워하고, 차라리 해양 생물이 낫다고 생각할 만큼 곤충이 싫다.
그래서 곤죠 왕자가 사슴벌레를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했을때, 질색하며 도망을 갔다.
어릴 적 동생이 키우던 사슴벌레를 기억한다.
사슴벌레는 징그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곤충이라 조금 무서웠었다.
하지만 엄마인 이상, 아이에게 '내가 무섭다'는 이유로 곤충을 접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곤죠 왕자에게 종이접기로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접어주기로 했다.
아이의 책상에 앉아서 종이접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의외로 어렵다.
문제는 나도 종이접기 달인이 아니어서, 여기저기 서투르다는 점이었다.
여기 접고, 저기 접고, 책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세 번이나 멈춰가며 따라 했지만, 자꾸만 뿔이 삐뚤빼뚤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엄마, 이건 헤라클레스가 아니야. 헤라클레스는 금색이어야 해!”
곤죠 왕자는 손가락으로 풍뎅이의 등딱지를 가리키며 당당하게 외쳤다.
나는 민망함을 숨기며, 금색이 아닌 빨간색 등딱지를 살살 펴주며 말했다.
“이건 어쩔 수 없어. 엄마가 다시 접어 주면 되지. 오늘은 이만 할까?”
그 말에 곤죠 왕자는 조금 생각하더니, 입을 댓발 내밀었다.
“그럼 새로 접어 줘! 나는 금색인 몸뚱이를 갖고 싶어!”
입을 삐죽이며 말하는 곤죠 왕자를 보며, 나의 한숨이 깊어졌다.
서둘러 종이접기를 끝내려 한 건, 종이접기나 글이나 별다를 바가 없어서 생각한 바를 쓰고 싶어서였다.
내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곤죠 왕자는 다시 한번 볼멘소리를 했다.
“엄마, 빨리 접어 줘! 나는 금색이 갖고 싶어! 금색 종이 사다가 해 줘어!”
입이 부루퉁하게 나온 곤죠 왕자를 보며 나는 한숨이 푹 나왔다.
아니, 나도 사람인데. 나도 주말인데.
나도 내 취미생활, 하고 싶은데..
울상이 된 내 얼굴을 봐서일까? 곤죠 왕자의 말투가 조금 조곤조곤해졌다.
"엄마, 그러면 다이소 가서 금색 종이 사 오면 해 줘야 해?"
엄마보다 나은 곤죠 왕자의 말에 내 표정이 밝아졌나보다.
아이에게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래, 그러면 다음에 금색 종이 사 와서 꼭 하자."
삐뚤빼뚤하고, 산적의 도움을 받아 겨우 만든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산적의 도움을 받아 보니, 산적이 말하기를
"너는 순서대로 잘 못 접는 것 같아. 종이접기도 순서와 정확도가 있어야 잘 접을 수 있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글쓰기를 떠올렸다.
글쓰기 또한, 순서와 정확도가 일치해야 정확하고 아름다운 글이 나온다는 것을 요즘 피부로 느끼고 있던 차였다.
혹시라도 까먹을까봐 메모장에 휘갈기고 나서 다시 접은 게 곤죠 왕자의 장수풍뎅이 몸이었는데
신경을 쓴다고 한 것이,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한, 빨간색 몸이 되고 말았다.
역시, 신경을 쓰고 섬세하게 조율을 해야 하는구나.
글을 쓸 때처럼, 종이접기 하나에도 정성을 쏟아야 원하는 대로 나오는구나.
금색의 몸을 가지지 못한 풍뎅이를 보며, 오늘도 하나를 깨닫고 간다.
역시, 곤죠 왕자는 우주 제일의 왕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