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자존감을 키운다

기록은 나를 알아 봐 주는 일이다

by 김혜신

커피 한잔에서 시작된 감정 따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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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을 들어갔다.

어떤 커피를 마실까 생각하다 늘 그렇듯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의 무거운 맛과 배합이 잘 되는 케이크에 시선을 두고 시간을 들이다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도 주문했다. 딸기가 곁들인 부드러운 생크림 케이크와 묵직한 치즈 케이크 사이를 고민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케이크를 고르는 나를 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달콤한 케이크를 먹기 위해 쓴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는구나라고.


커피를 고르는 데에 무심한 내가 케이크를 고르는데 신중한 것을 보니 난 커피 마니아는 아니다.

하지만 매일 커피를 한두 잔 정도 마시게 된다. 피곤하거나 휴식을 하려는데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커피다. 평소에는 믹스커피를 마시고 커피 전문점에 가면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늘 달달한 디저트를 찾는 나를 보면 따뜻함과 달콤함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는 과자를 즐겨 먹었다.

바싹 소리는 내는 비스킷 위주를 좋아했고 달달한 사탕을 입에 머물며 즐기기도 했다.

휴일에는 두세 개의 과자 봉지를 들고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며 휴식을 취했던 기억도 난다.


초등학교 때부터 메콤하고도 달달한 떡볶이를 좋아했다.

학교 끝나면 종종 포장마차를 지나가던 나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 단 맛을 좋아한다. 달콤하고 매콤한 맛 그리고 씹는 식감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먹어야 잘 먹었다는 마음이 든다.

내 감정이 잘 대접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밥을 먹고도 작아도 달달한 후식을 원한다.

왜 달콤한 맛을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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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이 주는 정서적 안정

어릴 적 아빠가 주신 100원짜리 동전을 들고 구멍가게를 가던 기억이 난다. 아빠는 늘 아침에 나에게 군것질하라고 돈을 주셨다. 그것을 가지고 가게에 가서 달달한 뭔가를 사가지고 먹은 것 같다. 또한 아빠는 집에 돌아오실 때 늘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오셨다. 군고구마, 군밤, 붕어빵, 때론 엿까지 사가지고 오시는 아버지가 기억이 난다. 내가 소풍 가는 전날이면 아빠는 초콜릿과 과일을 사가지고 오셨다. 막내딸을 특히 예뻐하시던 아빠는 사랑의 표현을 말보다는 그렇게 먹는 것으로 표현해 주셨다. 그런 아빠가 퇴근 후 뭘 사 오셨을까 아빠의 두 손을 확인했던 내가 기억난다.

아빠의 따뜻함은 늘 달달함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달달함은 나에게 정서적 안정이고 보호받는다는 느낌이었다.


기록으로 나를 알아가는 여정

무언가를 적게 되면 그것을 따라가게 된다.

왜 그럴까를 생각하게 된다. 전체를 그려보고 상상하게 된다.

마치 내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반응들을 살피는 심리 상담가나 과학자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커피이야기는 달달함에서 나의 감정을 찾아 어린 시절로 이어진다.

그 기억은 내 안의 보물창고 같다. 지금의 모습은 그 보물창고에 무엇을 두고 있는지 상상하는 나로부터 비롯된다.


한때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적기만 하던 시기도 있었다. 내 안의 검열관의 주문대로 완벽하게 정리를 했다.

그 정리는 다시 읽거나 생각의 자료로 남지 않았다. 오로지 그 시간에만 정리하는 도구였다.

나의 생각이 아닌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적어 내려가는 기록은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리는 모래처럼 사라져 버렸다.


기록은 단순히 들은 것을 적는 것만이 아니다.

상대의 이야기만을 적는 것이 아니다. 들은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의 이움이다.

자신의 잠재력의 표출이며 내 안으로 입력된 지식의 화학적 변화의 추출물이다.

기억의 이움과 기억의 재편성은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게 하고 새롭게 창조한다.

아이캔 대학에서 배운 이것을 통해 모든 이야기를 내가 다시 생각해서 이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적용해 보기 시작했다.

그 기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일 년이 넘기 시작했다.


다양한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를 통해 일상을 적어본다.

그 시간 나의 감정을 적어 보기도 한다. 하루의 계획을 적어보기도 한다. 실행을 위한 필요단계가 무엇인지 구상하기도 한다. 다이어리를 적다 보니 인생지도라는 것도 만들어 보게 되었다.

나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글감을 따라 나를 찾아가는 기록을 하기도 했다.

나의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 일기도 적어본다. 여행일지도 써 본다.

정말 다양한 기록을 하고 있다. 그 기록을 들여다보니 단순히 일상을 쓰고만 있지 않다.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많이 적고 있다.


스스로에게 쓰는 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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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을 쓰는데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쓰면서 생각하는 것들이 툭툭 적힌다.

그 과정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을 즉시 말하는 외국어 학습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생각해하던 영어가 어느 순간 내 생각처럼 입 밖으로 나오는 시절이 떠오른다.

그렇구나 글도 그렇게 써지는구나.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시간들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들이다.

이 시간들은 나를 알아봐 주는 시간들이었다.

스쳐 지나간 기억들을 떠올리며 적어보는 시간은 스스로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것과도 같다.

자신을 어루만지고 사랑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으로 나의 묻혀 버릴 수도 있는 감정들이 다시 살아난다.

나의 기억들이 다시 재구성된다. 또렷해지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생각과 말 그리고 글이 동시에 아이디어를 들어낸다.

그렇게 기록은 나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나는 나를 가장 잘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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