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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신 Aug 08. 2024

내가 느낀 몽골

여유와 혼돈

몽골 하늘의 별을 보고 싶었다. 

낯선 땅에 살고 있는 그들의 문화로 들어가 내가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경험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곳을 향한 기도를 하며 걷고 싶었다. 


함께 갈 24명의 조리사?로 그리고 한국 음식을 그곳에 대접할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몇 끼는 현지에서 해 먹고 몽골 교회에서 한국음식을 대접할 계획으로 떠나기 전 필요한 재료를 준비했다. 

현지인들이 좋아할 메뉴로 잡채, 떡볶이, 김밥 그리고 불고기등을 선정했고 당면과 고추장, 김 등을 준비해 여러 많은 짐들과 함께 패킹하고 몽골로 향했다.


7월 마지막째 주 몽골 선교를 위해 출발한 3세에서 80대까지의 교인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6시간 떨어진 칭기즈칸의 고향인 헨티에 도착했다. 몇 시간을 달려도 보이는 것은 나무가 아닌 초록 평원이었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집들 대신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구름에 내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7배 이상이나 큰 나라에 인구는 겨우 350만 명이고 거의 절반이 수도에 집중되어 있는 몽골은 여유와 혼잡이라는 두 단어로 나에게 들어오게 된다.


그 첫 단어 여유

도착한 헨티는 시골이다. 쭉 펼쳐진 평야에 갑자기 마을이 보이고 건물들이 몰려 있는 이곳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구나 싶었다. 넓은 땅은 자동차로 이동해야 할 만큼 도로가 험하고 (워낙 넓은 땅에 인구밀도가 낮아 도로 정비나 수로시설이 미약하다)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 눈길이 많이 가는 것은 쭉 펼쳐진 땅 위에 군데군데 보이는 낮은 건물과 눈앞에 들어온 너무나도 예쁜 구름들과 하늘이었다. 어떤 곳보다 또  인상적인 것은 낮게 움직이는 철새들과 그 새들의 소리로 이곳은 한국과 참 다른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야생 개들의 무리는 위협적이 보다는 그들 또한 생존을 위해 서로 무리 지어 이동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의 낯선 느낌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지 교회에서 만난 아이들에게서 순수함과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모습을 본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때가 낀 모습에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의 눈은 호기심 가득하게 우리를 쳐다본다. 페이스 페인팅과 네일 아트, 비누 만들기와 제기차기와 같은 놀이에 관심을 갖고 체험하는 그들은 젖은 스펀지처럼 잘 흡수한다. 준비한 한국음식을 먹고 집으로 싸가지고 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1950~6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에게는 별거 아닌 것들이 그들에게는 특별한 것인 이곳의 시간과 공간은 한국에서는 잊고 있던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게 한다. 

수백 가지 이상의 선택에서 최상의 몇 가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우리와 달랑 몇 가지의 선택에서 선택된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이들의 모습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문화체험과 더불어 복음전파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만난 이들과 눈과 마음과 영혼의 만남을 가졌다. 나의 기준과 가치로 그들을 본다면 느낄 연민을 내가 아닌 그분의 시선으로 보려는 훈련은 늘 매 순간 해야 함을 또 느낀 시간이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나의 의로 내가 높아지고 나의 기준으로 위에서 아래로 베푸는 자로 교만해지기 쉽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들의 모습보다 그들에 대한 나의 모습으로 내가 얼마나 약하고 변하기 쉬운 존재인지를 다시 보게 된 시간이다.

그렇게 환경의 여유로움 안에 변화물쌍한 나 자신이 있었다.




두 번째 혼돈


 헨티에서의 교회 사역 후 테를지에서의 게르 체험과 밤하늘의 별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귀한지를 보게 한다. 밤의 별들이 암흑 속에서 그 빛을 발하듯 밝혀진 등불이 다 꺼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현대의 기술 발달과 문명의 혜택을 입은 우리에게는 다소 아이러니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서 문명의 혜택이 덜한 곳으로 움직이는 캠퍼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맘껏 누리고 향한 울란바토르는 교통이 참 혼잡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체되는 교통은 도시로 계속 몰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인구의 절반이 이곳에서 산다. 겨울 공항에 착륙할 때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석탄을 태우는 시꺼멍 화로로 들어가는 것 같다는데 여름에 간 이곳의 모습으로도 상상이 간다.


 도시 중심가의 번화한 빌딩과 대학가 그리고 다양한 분위기의 몽골인들의 모습에서 젊은이들의 개방성과 세계 문화의 흐름이 얼마나 공용화되고 있는지 느껴진다. 도시에서 산다면 한국에서와 같이 비숫한 음식과 커피를 마시며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며 지낼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변두리에는 아주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의 빈민가가 몰려 있는 곳들이 있다. 예전 우리나라의 달동네보다 더 힘든 환경을 가진 이들이 현대식 게르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산다. 낮은 담으로 둘러 쌓인 벽 너머로 덩그러니 놓인 게르와 그 안에서 뒤죽박죽 엉켜져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초원의 여유도 현대문명의 편리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배고픔과 비위생상으로 인한 걱정이 앞서 버린다.

그들에게 나눠주는 작은 가방 안의 위생용품과 내의 그리고 화장품이 얼마나 그들에게 혜택이 될지 내 생각으로는 부정적 회로만이 돌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만나게 하심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들을 바꾸게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서로 변화되는 과정에 이렇게 만났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섞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계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만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할 것이고 다른 이는 한 달을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각자 자신의 존귀함을 알고 서로를 위해 작은 하나를 실천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만원으로 더 나은 식사를 할 수 있는 많은 이들이 생길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만원을 각각의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만원이 귀하게 쓰일 수 있게 나누고 그 만원으로 자신의 삶을 바꿀 힘을 가지게 할 기회를 나누는 것 같다. 


다양한 이들로 느껴지는 혼돈에 그 안에 정해진 삶을 서로 나누는 은혜가 계속 흘러가길 바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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