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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신 Aug 06. 2024

Inside Out

감정의 애도기

 그녀의 얼굴은 항상 웃고 있다. 심지어 지난 시절의 아픈 이야기를 할 때조차도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고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그녀는 늘 행복 에너지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긍정의 아이콘인 줄만 알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다. 그러다 그의 눈을 보면 슬픔이 보인다. 하지만 절대 입으로 슬프거나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대부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괜찮아'이다. 그래서 정말 그는 괜찮은 줄 알고 있었다.


한동안 나는 끊임없이 나오는 나의 이야기의 실타래로 당혹스러웠을 때도 있었다.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에 익숙하고 표현하기보다는 나의 감정을 누르는데 익숙했었던 내가 마치 봉인된 상자가 열려서 끊임없이 나오는 실타래처럼 나의 감정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만났던 첫 감정은 슬픔이었다. 얼어붙었던 감정이 녹아지면서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함께 터져 나오는 나의 슬픔은 눈물이라는 해독제로 나를 중화시켰다.

그동안 누르고 있었던 감정과 표현의 쓰나미는 내 안에서 엄청난 에너지로 쌓이고 있었다. 간혹 새어 나오는 독가스는 내 입으로 불평과 화로 표출이 되고 있었지만 그것을 깨닫지는 못했다. 그러지 못하면 숨을 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어온 나의 감정의 패턴은 더 깊은 기쁨과 공감을 나누는데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다.


요즘 읽고 있는 Inside Out을 통해 슬픔이의 존재를 좀 더 들여다보게 된다.

슬픔이가 손만 대면 파랗게 변하는 기억들의 색깔은 그녀를 우울모드로 변하시키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 슬픔이의 존재로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일정한 공간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한다. 그러기에 슬픔이 조차도 자신은 다른 이들에게서 멀어져야 하는 감정이라 생각하고 떠나려고 한다.

"Riley needs you."라는 기쁨이의 말에 슬픔 이는 다시 돌아오게 되며 Riley의 무기력한 감정은 슬픔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현실에서 멀어진 그녀의 감정은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기쁨, 슬픔, 소심함, 화, 두려움과 같은 감정과 그 안에 있는 세부적 감정들을 매 순간 느끼면 산다. 그런 감정에 특정 감정은 느끼면 안 돼, 표현하지 마라는 금지 명령을 어린 시절 경험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받은 부분도 있고 스스로 결정한 부분도 있다. 그렇게 결정되어 특정 감정에만 허용된 자신이 한정적으로 수용하고 감정을 억압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 인식을 하더라도 그 묶임이 다시 풀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괜찮아로 일관하는 이는 표현으로 슬픔을 누르고 있다. 그의 말이 그의 감정을 차단해 버린다. 

늘 웃음으로 생활을 하는 이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제일 하단에 위치시킨다. 늘 기쁨 이가 우선적으로 반응하도록 감정장치를 조율한다.

슬픔이를 누르며 살다가 언젠가는 그 감정이 터져 버릴 때가 있을 것이다.

'저 사람이 갑자기 왜 저래?'라는 반응처럼 그 또한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때 자신의 감정에 대한 애도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나 스스로 눌러버린 감정에 대한 미안함과 소중함을 이야기해주는 시기를 말이다.


우리는 상대를 먼저 본다. 그의 표정과 행동이 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러기에 나 자신을 안다고 하지만 때론 상대보다 나 자신을 더 객관화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속사람이 겉으로 어떻게 표출되는지 깨닫지 못하며 나의 속사람에게만 익숙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기는 쉽다. 그 판단으로 자신도 평가받고 판단받고 있다는 것은 모른 채 말이다.

상대를 평가하고 평가받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상대가 '~해서 나의 마음이 ---해'라고 말하면 나는  '~해서 -- 했구나'라고 수용하면 된다.

그 감정에 대한 해결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표현된 것은 내가 다 해결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 그것으로 표현을 받아들이기도 힘들었고 표현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감정은 누군가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표현으로 인정하면 수용되어 건강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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