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미국 어느 소도시의 해링턴 댄스학원. 주주, 아미나, 코니, 마에브, 애슐리, 소피아, 루크 일곱 명의 새끼 괴물 댄서들이 무용 선생 패트와 함께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춤추고 있다. 맨날 2등만 하던 주주는 처음으로 주인공 ‘간디의 영혼’ 역할을 따내고, 늘 1등만 하던 아미나와 주주 사이에 고요한 폭풍이 휘몰아친다.
전국대회 우승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곱 명의 인물, 특히 친구 사이의 경쟁 관계인 주주와 아미나로부터 내가 14살이었던 시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껴지던 청소년기. 물론 지금은 친구 이외에 내 삶을 만들어가는 요소들이 너무 많지만, 그때는 참 단순했다.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작은 것에 쉽게 감동하고, 별 이유 없이 금방 다시 예민해지곤 했으니까. 그러면서도 정작 나보단 친구의 기분을 살피면서 ‘혹시 화났어?’라고 되물어보는 인물들을 통해 불안하고도 혼란한 나의 10대가 불현듯 떠올랐다.
주주와 아미나뿐 아니라 코니, 마에브, 애슐리, 소피아, 루크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하나하나 다 조명해 무대 위에서 각기 다른 빛으로 발한 점이 인상 깊었다. 특정 인물을 보조하거나 어떤 사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는 10대 인물 그 자체로 존재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일일이 들어볼 수 있는 작품이라서 좋았다. 10대 여성이 나의 욕망과 나의 몸의 욕망에 대해 거리낌 없이 외치는 작품은 아직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애슐리가 긴 독백으로 나의 욕망에 대해 소리치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애슐리가 핸드마이크를 들고 랩 하듯이 말을 쏟아낼 때 내 마음이 대신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 밖에도 이 작품에는 특이하고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1. 다양한 연령대와 신체를 가진 배우
30대부터 60대의 배우와 두 명의 뇌병변 장애를 가진 배우가 출연하는데 이들이 10대를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 위화감이 들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 봤다. 나이, 장애, 신체와 상관없이 누구나 10대를 겪고 점점 나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겪어왔던 10대의 모습이 체화되어 발현해 어색하기보다 오히려 표정과 몸짓, 목소리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나 역시 10대를 겪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고!
2. 몸속을 연상케 하는 무대디자인
극장에 들어가자마자 빨간 조명과 특이한 무대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정말 장기 속으로 빨려 들어온 느낌? 제작발표회에서 연출님은 몸으로 느끼는 감각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극장 문을 여는 순간부터 10대의 장기 또는 몸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는 디자인을 논의 중이라고 하셨는데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 직관적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3. 배리어프리, 접근성 지원
무대 한가운데 그리고 왼편 상단에 한글 자막이 지원된다. 대사뿐만 아니라 무대, 조명, 음악의 분위기, 음량 세기 등등 구체적인 설명이 더해져 장애를 가진 관객들이 공연 관람하는 데에 불편함을 덜 수 있도록 한다. 나도 간혹 잘 들리지 않는 긴 대사를 자막을 보면서 확실하게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었다. 극 중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때 자막 속 글자 크기가 점점 커지게끔 해, 텍스트로도 소리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나의 지난 10대 청소년기 그리고 지금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걱정과 편견을 깨버릴 수 있어 유쾌한 경험이었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입 밖으로 내뱉는 일. 누군가에게는 아직 쉽지 않고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신선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아직 이런 이야기가 많이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