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브랜드의 첫 이야기를 지키고 싶었어요.

물티슈 브랜드 마케터의 이야기

by 레이첼

제가 물티슈 회사에 입사해서 제품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한 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를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전 귀여운 패턴 패키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코튼이나 레이온 같은 소재로 차별화도 시도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제조단가, 촉촉함, 원단 수급, 디자인 결정권...
마케터가 조절할 수 없는 현실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제주 추출물’이라는 단 하나의 포인트에 브랜드를 걸었고

‘블루나 더제주’라는 이름으로 스토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출시를 앞둔 마지막 순간,
원료 공급처로부터 “사업 철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때 제가 다시 추가 개발한 이름이 '블루나 더퍼스트'에요.

첫 아이, 첫 번째의 만남, 그 소중한 여정을 블루나가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담았죠.

브랜드가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했던 순간이었어요.


제품 콘셉트를 정비하고, 패키지 디자인을 수정하고,

제주 대신 '안전한 성분의 기준'을 이야기 하는 EWG 그린 등급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며, 저는 마케터로서 이 브랜드의 첫 단계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맘카페 체험단을 운영했을 땐 일주일간 총 16개 브랜드가 경쟁했지만,

블루나 더퍼스트가 1위를 차지하며 상단에 노출되었고, 100명 모집에 약 1,000명이 몰려 당첨자 선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검색량은 3배 이상 증가했고,

요즘 50%만 회수돼도 성공이라던 맘카페 체험단 리뷰율은 77%를 기록했습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포털에는 보도자료, 체험단 후기, 인스타그램 콘텐츠가

'블루나'로 도배되기 시작했죠.


몇 달 뒤, 같은 라인업으로

'블루나 더퍼스트 초미니 물티슈'를 출시했고,

화이트/블루 라인에 이은 이 제품은

쿠팡 사전예약 이틀만에 완판되며, 순식간에 품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보다 더 좋았던 건

그 제품을 처음 들고 작성한 소비자들의 오가닉 리뷰였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사람의 손끝에서 살아나는 것이니까요.

처음이라 서툴 수 있고,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처음이기에 더 진심이었고, 더 조심스러웠어요.

그렇게 태어난 브랜드가,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물티슈 한 장에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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