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브랜드의 겨울을 기획했다는 건, 그 계절의 감정을 함께 디자인한 것
대행사에서 일하며 브랜드의 계절을 기획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더 깊고, 복잡하고, 따뜻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브랜드 버츠비의 SNS를 운영했던 그 겨울은 내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계절이다.
버츠비는 매월 새롭고 따뜻한 이미지를 원했다.
나는 매달 8~9건씩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시안까지 함께 준비했다.
매번 다른 콘셉트, 새로운 연출.
반복되는 기획 속에서도
늘 '처음 보는 듯한 버츠비'를 보여줘야 했다.
기획안을 만들고, 소품을 준비하고,
스튜디오 촬영 현장에서 작가님과 함께 구도와 분위기를 디렉팅하며 브랜드가 원하는 결을 끝까지 찾아냈다.
크리스마스 시즌,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그려왔던
‘쿠키하우스’ 콘셉트를 제안했다.
버츠비의 내추럴한 감성과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무드가 잘 어우러질 거라고 생각했다.
기획안을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했을 때
“이거 정말 좋네요!”라는 반응이 돌아왔고,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스튜디오에서는 내가 준비한 소품들이 하나씩 배치되고, 작가님의 뷰파인더 안에서 장면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가 상상했던 겨울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완성된 이미지를 받아본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클라이언트도 우리 팀도, 모두가 만족했다.
그 해 겨울의 버츠비는
조금 더 따뜻한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계절 속 도전.
‘립꾸 챌린지’였다.
한창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열풍이 일던 때였다.
직잭(Zigzag) 등에서 진행한 성공 사례를 보며
‘우리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립밤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참여형 꾸미기 캠페인을 기획했고,
한 번 참여할 때마다 립밤 하나가 기부되는 형식이었다.
사실 준비하면서 나도 꽤 빠져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그려 넣고, 색칠하며,
직접 꾸며보면서 나조차도 아이처럼 몰입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의 단 하나의 립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캠페인 참여율은 목표 대비 250% 이상의 참여율을 기록했고, 버츠비 글로벌 본사에서 ‘우수 마케팅 사례’로 선정됐다.
내가 맡았던 클라이언트는 본사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기쁜 마음으로 내게 연락을 주셨다.
그 순간, 한 장의 기획서가 누군가의 상장과 웃음으로 이어진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우리는 그 성공적인 캠페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아시아 광고제 ‘ADFEST’에도 출품했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내 아이디어가 브랜드를 넘어
국제무대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벅찼다.
그때 만든 겨울은,
단순히 콘텐츠 몇 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나와 팀원들이 함께 준비하고, 그려보고, 상상했던 계절이었고, 브랜드가 나를 믿고 함께 걸어준 계절이기도 했다.
아직도 버츠비의 겨울을 떠올리면,
달콤한 허니(사진의 거의 필수요소였던)와 쿠키 냄새,
카메라 셔터 소리,
그리고 부드럽게 반짝이던 립밤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가 만든 버츠비의 겨울.”
그 말이 참 좋다.
그 해의 계절을 만든 사람으로서,
그 시간을 내 마음 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