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

by 마케터유정


'타자(他者)'의 정의 자체가 그렇다.


소통이 안 되는 상대,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직장인에게 물었다. 일과 인간관계 중 무엇이 더 퇴사에 영향을 미치는지. 응답자 대다수인 81%가 사람이 싫은 이유가 더 크다고 답했다.*


양심 고백이랄 것도 없이, 나도 대다수 중 한 사람이다. 마케팅으로 직무를 옮기고 2년 정도 되었을 무렵이다. 옆자리에 과장님이 새로 오셨다. 원래 다른 부서에 있다가 마케팅팀으로 온 것이다. 경력직이니만큼 그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자 하였고 생각보다 잘 안되었던 것 같다. 나에게 전체를 분석하는 업무가 주어져 데이터를 돌려보니 안타깝게도 그가 주장했던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꽤 있었다. 이 일로 그는 나를 따로 불러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애잔하면서도 고구마 10개를 한꺼번에 먹은 기분이었는데, 나보다 선배인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말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내가 그의 일을 대신해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지만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그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더니 1년 후 원래 부서로 돌아갔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시스턴트로 들어온 그는 나와 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췄다. 그는 변화가 잦고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에서 굳건히 버텨주었다. 성과에 대한 보답으로 회사에서는 정규직을 제안했고 나는 그를 대단한 사람이라 여겼다. 그가 영업팀으로 옮겨 새로운 직무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그 용기가 대단하여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선물했다. 부서를 옮긴 후 종종 마주치게 되면 안부를 건네며 지냈다. 그러나 막상 내가 회사를 나올 때 그는 그동안 수고했다거나 고마웠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부서가 로 달랐고 그가 막 결혼한 터라 바빠서라고 여기고 말았지만 우리의 세월은 이 정도구나 싶었다. 그는 나를 딱 상사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회사를 로그아웃할 때 인연을 정리하는. 따지고 보면 회사에서 이해관계로 만난 사람들인데 얼마나 깊은 사이가 되어야 하나 싶어서 ‘그렇구나’ 하고 그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직장생활 횟수가 늘어가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주고받을 것에 대한 선이 자연스레 그어지기 시작했다. 동상이몽인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 것도 이무렵이었다. 도무지 답을 알 길이 없어 책을 폈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타인’이라는 말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뜻을 품고 있지만, 그럼에도 철학자 레비나스는 끊임없이 '타자'의 중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서먹한 상태, 소통이 안 되는 타자가 왜 중요한 것일까? 레비나스는 이에 대해 간단히 답했다. “타자는 깨달음의 계기다.”

자기 시점에서 세상을 이해한다 해도 그것은 타자에 의한 세상의 이해와는 다르다. “네 생각은 틀렸어.” 라며 부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류에게 일어난 비극의 대부분이 자신은 옮고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자는 틀렸다고 단정한 데서 야기되었다. 나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른 타자를 배움과 깨달음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의 가치관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019. 다산초당



타자에 대한 이해는 나의 관점과 가치관을 넓히고 깊게 만든다. 타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소통은 어렵다. 상대방과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니까. 잘하면 좋겠지만 못한다고 스트레스 삼을 것이 없다. 여기가 출발선이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타자를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오늘 잘한 사람도 내일 실패하는 것이 인간관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잘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누구나 시시포스(Sisyphus)의 돌처럼 매일 다시 해야 한다. 그러니 너무 어려워하지도 상처받지도 말아야지.


돌아보면 그랬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느라 서로 괴로웠지만 덕분에 내 지평을 넓혀준,

나와는 달랐기에 나를 성장하게 했던 지난 인연을 기억해야겠다.

그들은 나에게 무슨 의미와 어떤 선물을 주었을까.


당신의 미(美),

이제 시작합니다.




* 권연수. 직장인 81% '사람 싫어' 퇴사 결심, 직장 내 인간관계 갈등 원인 1위는?. 2019. 디지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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