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 어떻게 하면 집중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by 마케터유정

어렸을 때부터 일정을 계획하는 일을 좋아했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언제 할지 일정을 잡고 일을 끝마친 모습을 상상하는 게 즐거웠다. 다만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기에, 막상 하다 보면 늘 시간이 부족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계획에 없던 급한 일이 생기던지,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던지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은 늘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


왜 그럴까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이지 않게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시작하면 되는데 구태여 예전 일을 다시 찾아보고 책장정리를 하거나 인터넷 기사를 들여다보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를 발견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만큼 집중하지 않을 일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과 에너지의 관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오바마, 앙겔라 메르켈, 스티브 잡스.

이들은 같은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산적한 현안을 살펴보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에 그 외의 일들은 생각하지 않고 습관으로 만들어 버린 까닭이다. 에너지의 분산을 막고자 그들의 내린 방법이었다.


눈에 번쩍 띄이는 글귀가 하나 있었다.

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된다.


오랜 고민에 답을 찾은 것 같아 기뻤다.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에 의하면 어떤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이 정착되어 있는 개인 또는 조직의 변화는 '해동-혼란-재동결'의 과정을 거쳐 변화한다. 여기서 이 프로세스가 '해동'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해동이라는 것은 바로 '끝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앞으로의 일을 '시작'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쿠르트 레빈의 지적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방식을 '잊는' 것, 즉 이전 방식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018. 다산초당

만약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그걸 시작하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부터 정리해야 한다. 우리가 새가구를 들여놓을 때 옛날 것을 버리거나 주변을 정리하여 빈 공간을 마련하는 것처럼.




작년 가을, 폐차를 하는 바람에 한동안 운전을 하지 않게 되었다. 덩달아 종종 아침에 차를 빼 달라는 연락도, 정기적으로 자동차검사를 받아야 하는 일도 없었다. 일 년에 한두 번 겪었던 교통사고에 대한 염려도 사라졌다. 운전할 때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아까웠던 시간에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게 되니 열심히 딴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새해를 준비하며 읽었던 책 ‘웰 싱킹’에는 켈리 델리의 창업자 켈리 최가 결심한 3가지 하지 않을 일이 있었다.


1. 술을 마시지 않는다

2. 저녁 자리에 가지 않는다

3. 소모적인 유희를 줄인다


그래 맞아.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면 나 역시 과거의 일부터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은 좋았지만 아직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했는데 몽롱해지는 느낌이 편하지 만은 않았다. 저녁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할 일을 두고 참석한 자리가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집중하지 못하고 빈둥거리며 보내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간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다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즐기는 일인데 이런 재미없이 무슨 낙으로 사냐고 살 테지만 일하고 브런치 글을 쓰고 운동하고 책 읽고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하루는 항상 짧았다. 술을 안 마시는 대신 아침에 정성스레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고, 저녁 자리에 가는 대신 그 시간에 아이들 공부를 봐주며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넷플릭스를 안 보기에 아직도 오징어 게임이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은 점심 먹을 때 본다.


이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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