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by 마케터유정

십 년 전 나는 지방발령을 받아 대구로 내려갈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삿날에도 나는 업무가 있어 당시 남자 친구가 휴가를 내고 나 대신 이사를 해주었다. 그렇게 서른 살의 새해는 낯선 고장에서 나 홀로 맞이하였다.

그로부터 딱 십 년이 지났다. 강산이 바뀌는지도 모르게 내 생활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그 남자 친구가 애들 아빠가 되었고 나는 그를 이름 대신 ‘여보’라고 부르게 되었다. 혼자 다니던 카페가 아닌 아이들과 키즈카페에 갔고 일요일에 무얼 할까 고민하던 나의 일상은 주말에 한 시간이라도 더 자고 싶다는 바람이 앞서게 되었다.

삼십 대의 숱한 날을 지내오면서 기억나는 일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만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었고 혹은 매일을 기억하기에 삶이 너무 바빴다.


마흔을 목전에 둔 지금, 나는 바라던 대로 십 년어치만큼은 성숙했는지, 여전히 꿈을 꾸며 살고 있는지 그동안의 행간에 대하여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보고 싶었다. 과거라는 서랍 속에 대충 구겨 넣어 두었던 부끄러운 잘못들과 감추고만 싶던 속마음들을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들추어 보기로 했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렸던 마흔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연말, 추위마저 설레었다.




일상 얘기를 듣고 싶었다.

한참 삼십 대 시절에는 시시콜콜한, 신변잡기스러운 그런 얘기들을 듣고 싶었다. 내 하루는 이다지도 노곤한데 다른 사람은 안 그런 걸까?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현학적이고 고상한 말은 귀에 닿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하고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했다. 그래서 찾은 게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였다.

고맙게도 즐거웠다.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리면서 한편으론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싶었다. 내 삶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도 그랬구나. 한편으론 내 얘기도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내 일상을 궁금해하더라고.

”김 팀장은 본인 개인사를 잘 얘기 안 해.” 어느 순간 직장 동료로부터 들은 얘기였다. 회사 내에 관심사를 나눌 사람이 마땅히 없었다. 또 사적인 이야기가 회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던 나로서는 그저 누가 하는 얘기에 맞장구를 쳐줄지언정 선뜻 먼저 내 얘기를 꺼내는 법은 드물었다. 내 이 십년지기 친구들이 들으면 아주 기가 찰 노릇이겠지만.

별로 내세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지난 세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내 일기장, 머릿속의 속사정을 하나씩 꺼내볼까 싶었다. 저라는 사람도 별로 다를 것이 없어요 하고 얘기해주고 싶다. 한편으론,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그래야 내 마흔이 제대로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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