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쓸 때는 우리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우리와 같이 전세보증금으로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고 생애 처음으로 민사소송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법적인 절차도 복잡하지만 도움 받을 곳이 마땅치 않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지금 생각해도 참 아찔하다. 그러나 마음먹고 방법을 하나씩 찾다 보면 결국 길이 보이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했더라도 침착하게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신도 소송할 수 있습니다’라는 용기(?)를 주는 글로 읽힐까 봐 걱정이 된다. 이렇게 하면 나 홀로 소송에서 이기더라의 메시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경험을 통해 배운다지만 세상에는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우리 부부가 민사소송을 하게 된 이유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돈을 떼일 수는 없으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이 되기 전에 차악을 선택한 것이다.
‘어떻게 하다가 민사까지 갔어요? 이웃 간에 잘 해결 볼 일이지’라고 한다면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그러게요.. 저희가 몰랐습니다.’ 밖에.
살다 보니 법의 심판을 가려야만 하는 경우가 생겼다. 원만히 합의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었다. 집주인에게 요구할 것은 하고 응하지 않으면 관계를 정리하고 얼른 이사를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민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분쟁이 생겼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합의의 여지가 전혀 없는지 되묻고 싶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분쟁이 생길 것 같으면 미리 피하세요. 분쟁이 생길 거리를 주지 마세요.’라고 알려주고 싶다.
집 하자가 발생하면 주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보수를 요구하거나 그래도 계속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사를 가든지 해서 더 큰일이 생기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준비서면 쓰는 법, 민사소송 진행하는 방법보다 앞서는 큰 교훈이다.
사실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혹시 이 경험을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두려워하지 않는 만용이 생길까 봐. 다시 돌아간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혹은 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겼다면, 손해 보더라도 어떻게든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왜 필요한지, 조정위원이 자신과 관계없는데 이렇게 까지 합의를 이끌어 내려했는지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물론 그때는 내 말을 왜 들어주지 않는 걸까. 왜 사실을 알려하지 않는 걸까 무척 야속했다.
분쟁조정위원회 위원들, 법원에서 만난 조정위원이 합의에 이르도록 그토록 애썼는지, 당사자인 우리보다 소송으로 가기를 그렇게 뜯어말렸던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혹자는, '대단해요 변호사를 상대로 이끌어낸 결과라고요?' 할지도 모르겠다. 재판 결과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래! 이것 봐! 우리가 이겼어!'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글을 쓰며 그때를 차분히 돌아보다 문득 깨달았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경험이었구나.
그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여기에 쓰다니. 결과적으로 보증금은 돌려받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은 어디서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남’으로 만난 사람과 결국 ‘적’이 되어버린 경험이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해 ‘상처 가득한 영광’이었다.
몰라서 시작했고 한 번은 경험이라 여길 테지만 두 번은 안 하고 싶다. 지나온 순간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내세울 것도 없다. 훨씬 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왔다.
분쟁조정이 열렸던 그날이 다시 떠오른다. 조정위원들과 마주 앉아 사건의 핵심은 무엇이고 때문에 지금의 이 결과를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고 말했던 또랑또랑한 내 모습이 보인다. 맞는 말이긴 한데… 철이 없고 어렸다.
분쟁이 생기기 전에 미리 피하는 것이 최선이고 분쟁이 생겼다면 원만히 해결하는 합의가 차선이다.
모두 잃는 것이 최악이라 한다면 민사소송은 최악을 면하기 위한 차악이다.
소송을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만, 결과가 어땠다고 자랑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젊었고 에너지가 있었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옳다고 생각한 행동을 했다. 젊어서 한 번쯤은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번은 안 하고 싶다. 민사소송은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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