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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치노매드 Sep 23. 2022

쑥쑥 자라는 의료기기 산업?

코로나 덕분? 메르스 덕분?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내가 일하는 산업계가 이런  곳이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었다. 사회 전반을 흔드는 이슈가 생겼을 때였는데 메르스, 조류 인플루엔자 그리고 코로나19가 바로 그것이다.




메르스 (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조류 인플루엔자(AI)
 2015년 5월, 국내에서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했다. 회사에서는 빠르게 소식을 접했고 영업사원들을 병원에 보내느니 마느니 이야기가 나왔다. 몇 주 지나지 않아 확진자수는 빠르게 늘었고 메르스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병원도 늘어가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서 공개한 병원 목록이 업데이트되는 것을 예의 주시하던 회사는 꼭 필요한 사유가 아니라면 병원을 방문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렸다.


메르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는 이 기간 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거나 워크샵 등을 준비하여 영업사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간으로 갈음했다. 당시 마케팅에 있던 나는 영업팀장들과 논의 후에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의 보수교육을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내 옆자리에는 다른 부서 마케팅 차장님이 있었는데 그 부서는 멸균, 소독 제품을 담당했다. 메르스로 특수(?)를 맞이한 부서는 영업팀이 병원의 호출에 응대하기에 몹시 바빴다.


그중 한 영업사원은 메르스로 크게 회자되었던 병원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병원의 요청에 따라 병원 내부를 소독을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했다. TV에서나 보던 희고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메르스가 존재하는 병원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치사율이 20%에 육박했던 바이러스를 마주하러 가는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국민 대다수는 경험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뉴스에서나 보지만 그걸 마주하는 사람은 목숨을 걸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메르스는 국내에서 총 186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하였고 2015년 5월 20일 첫 환자 확진을 시작으로 7월 5일 마지막 환자 확진, 7월 27일 마지막 격리자 해제, 같은 해 12월 23일 정부의 메르스 유행 종료를 알리며 8개월 만에 끝이 났다.

보건복지부. 2015 메르스 백서


이제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손소독제가 언론을 타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조류 독감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였다. 당시 멸균, 소독 부서는 소위 ‘대박’이 났는데 전국에서 손소독제를 사겠다는 주문이 일시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연초에 정한 생산 일정을 변경하여 어떻게든 한국으로 물량을 더 끌어오기 위해 부서 담당자들은 매일같이 본사와 이야기했다.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하여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위해 계획하는 판촉 중 ‘인식 향상 캠페인’이라는 것이 있다. 몇 차례의 전염성 질환은 의료기기 회사에게 대국민을 상대로 소독에 대한 엄청난 인식 향상 효과를 가져다주었고 그 이래로 꾸준하고 지속적인 수요가 만들어졌다.


코로나19 (Covid19,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의 파급력은 실로 엄청났다. 2020년 2월부터 그해가 마무리될 때까지 회사는 무기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확산세가 잦아들면 좀 더 자주, 다시 올라가면 드물게 회사로 출근했다. 이러는 사이에 재택근무는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나 역시 회사의 지침에 따라 집에서 일하며 화상이나 전화로 사람들을 만났다. 영업팀에서는 수술 일정이 미뤄지는 등 병원에서 수술 건수가  줄어드니 그에 따른 제품의 사용도 적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영업 목표(달성해야 하는 매출액)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실제 병원에서의 매출액은 그리 줄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한 보건복지부 통계 자료에서도 병원에서의 수술건수는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세상 한편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매출과 직결되는 영업시간을 지키기 위해 삭발 투쟁까지 벌였지만 의료기기 회사의 매출은 줄지 않았다. 판촉 활동이 예년과 비교해 상당히 적었음에도 그랬다.


앞선 전염병 때와 마찬가지로 특수를 맞은 일부 시장은 이 기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메르스가 확진된 환자는 최종 186명이었는데 반해 코로나는 2022년 9월 현재 2300만 명을 넘어가고 있으니 더는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

이런 호재가 없더라도 의료기기 산업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되면 회사에서는 올해 사업 목표를 제출한다. 이때 당연히(?) 모든 회사가 신제품을 출시하고 판촉활동을 독려하며 작년 대비 얼마나 성장하겠다고 목표를 내지만 헬스케어에서는 ‘인구의 고령화’라는 자연 성장이 있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늙어가고 있기에 어느 순간 마주하게 되는 질환을 치료하고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점점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시장은 자연히 성장한다. 어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 중 'old age' 는 일반적으로 포함된다. 보통 ‘60세 이상 고령’이란 표현을 쓴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 4명 중 1명이 60세 이상으로 전체의 26%에 이른다. 2010년에는 이 비율이 불과 15%였다.*


하나의 이름 디지털 헬스케어

우리나라에는 규제 샌드박스라는 제도가 있다. 규제를 일부 완화하거나 임시로 풀어주어 사업자가 신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2019년부터 시행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배출된 서비스이며 그 외에도 금융, 과학기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비대면을 키워드로 나온 디지털 헬스케어가 규제 샌드박스의 혜택을 받았다.


이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것이 사실  따지고 보면 의료기기의 영역이다. 의료기기란 치료, 진단,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구, 기계, 장치를 가리키며 여기에는 소프트웨어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 자체가 이제는 너무 큰 의미로 쓰이게 되어 의료기기에 속하기보다는 진화하였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피카츄가 진화하면 라이츄!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도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데 기존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디지털과 연결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거나 아예 회사명을 medical device(의료기기)에서 medtech(medical technology, 의료기술)로 바꾸기도 한다.


의료기기는 기존의 기구, 재료, 장치 등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수요에 맞추어 디지털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의 등장은 규제 속에 주춤하던 의료기기 산업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커다란 촉매제가 되었다. 한차례 큰 변화의 물결이 지나고 나면 과연 의료기기 산업은 얼마나 또 달라져 있을까.


* 통계청(K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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