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료를 찾다가 눈길을 끄는 인구통계를 보게 되었다. 서울시 가구수 분포인데 1인 가구가 무려 36.8%, 2인 가구는 26.1%나 되었다.* 정말? 1인, 2인 가구가 과반수를 넘는다고? 아이 둘을 기르는 우리 집과 같은 4인 가구는 14.2%에 불과(?)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주변엔 아이 키우며 사는 사람들뿐인데… 신혼부부이거나 자식들을 독립시키고 두 내외만 사는 시니어 분들도 가끔 보았지만 이들이 결코 많은 수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나는 어디에 살고 있는 거지. 작은 탄식이 나왔다.
몇 주 뒤, 아이 친구의 생일잔치가 있었다. 나와 비슷한 맞벌이에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을 만나 내가 발견한 사실을 전했다. 엄마들은 가만히 듣더니 자기 회사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와 비슷하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1인, 2인 가구가 늘긴 했지만 아직은 일반적이지 않을 거라는 뉘앙스였다. 그런가? 내가 잘못 봤나? 혹시 서울만 그런 걸까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만약 우리나라 전체로 본다면 가구수 분포가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를 켜고 우리나라 전체 자료를 살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내용에는 2021년까지의 조사 결과가 담겨 있었다. 이럴 수가. 해가 지날수록 혼자 사는 가구의 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1980년대에는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가 4.3명 정도였는데 그 이래로 점차 줄어들더니 1990년대에는 3.5명, 2021년에는 2.3명이었다. 작년을 기준으로 1인 가구가 33.4%, 2인 가구가 28.3%로 1인과 2인 가구는 이미 60%를 훌쩍 뛰어넘는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국적으로도 4인 가구는 14.7%에 불과했다.
내 주변엔 대부분 나와 비슷한 사람이 사는데... 내가 사는 곳은 어디인지 처음으로 동네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다. 생각해보니 비슷한 주거 환경에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결혼하고 일하며 아이를 기르는 사람들.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니 관심사나 하는 얘기도 많이 겹쳤다. 사회 문제에 대한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편했다. 엇비슷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덕에 노력을 들여 다른 이야기를 찾아보지 않아도 되고 반대로 관심 없는 얘기에 곤혹스럽게 앉아있는 경우도 적었다.
그런데 이 통계를 보는 순간, 과거 편했던 기억들이 조금씩 불편하게 느껴졌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나는 유리벽에 갇혀 사는 걸까.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더 이상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려고 수고를 기울이지 않았던 걸까. 처음부터 이렇게 편해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선배나 입사 동기나 새로이 만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그렇구나. 나는 몰랐는데. 하나 배웠어.’ 하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놀라며 받아들이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회사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나와 다른 의견이 나오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거 아닌데.. 주변 사람들도 이렇게 말하던데 잘 모르시나 보네’ 하고 넘겼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얘기다.
이렇게 계속 살다가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인 줄 착각하거나 내 의견만 옳다고 여기면 어쩌지. 나아가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굳어질까 두렵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나 혼자 산다’와 같은 TV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면서도 그저 소수의 얘기로만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은 통계자료에서 보듯 변하고 있는 시대상을 담고 있었다. 그걸 왜 몰랐을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자연스럽게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나 역시 코로나 때부터 배달앱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빈도수가 늘었다기보다는 전화가 아닌 앱으로 주문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장 컸다. 남편이나 아이들도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배달음식을 이용할 동기가 적었다.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주문할 때조차 배달이 늦어진 경험을 한 후에는 아예 직접 사러 가는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혼자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다들 달려가는데 왜 달리는지 이유를 몰라 멍하니 서있는 느낌. 주변 사람들과 무리 지어 있을 때는 몰랐던 감정이었다.
과거 기술주기 이론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면서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 나와도 결코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16~20% 정도는 있다고 말하곤 했는데... 내가 그 안에 속한 기분이 들었다. 변화에도 흔들림 없다고 하지만 한편으론 다들 신세계를 찾아 떠나는데 혼자만 남아 이전 방식을 고수하며 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