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싫어요
상태가 거의 바닥을 찍을 때만 여기 글 쓰러 오는 것 같아서 오늘은 조금 가벼운 분위기로 써 보고 싶었다. 10분 전에 계절학기가 종강했기 때문에 기분 좋은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인생은 언제나 예상을 빗나간다고 하지만, (절대평가이기도 하고) 아마 A+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2025년 내내 휴학을 했다. 2024년 1학기에는 거의 4점대의 학점을 받았지만 2학기까지 마치고 나니 내 총평점은 3.0X가 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그 정도인지 몰랐는데, 꽤 힘들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 가는 길에 울었던 걸 제외하면 24년 2학기의 기억이 없다. 2학기인 줄 알았던 기억들은 다 1학기였다.
2025년 휴학하는 동안 내가 한 것은 독서토론동아리 활동, 경계선 지능 아이들 과외(하기), 의학 관련 봉사들, 의학 및 화학 과외(받기), 그리고 우울증 치료. 치료만 해도 매주 심리상담과 TMS, 그리고 격주로 정신과 진료. 거기에 더해 못해도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주 5~6회 과외를 하고, 주 1회 봉사. 돌아보니 우울증자치곤 잘 살았다 싶다.
2026년 3월부터는 학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아이와의 시간은 언제나 '힐링'이고 때때로 그 이상이기 때문에 과외는 주 1회로 줄이되 완전히 끊진 않을 것이다. 사람을 (좀 많이) 좋아하기에 기존 동아리원들과의 친목에 집중을 할지, 새로운 사람을 찾아 새로운 동아리에 들어갈지는 고민 중이다. (현재 속한 동아리는 곧 졸업한다.) TMS는 현재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릴 예정이다. 나는 약물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대신 TMS로 효과를 톡톡히 보는 편이기에 제정신으로 한 학기를 살아남으려면 필수다.
복학하면 생리학, 분자세포생물학, 일반생물학과 같은 과목들을 수강할 것이다. 공부 자체는 정말 재밌기에 기대되지만, 시험기간 3주 동안 점수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우울증이 심각해지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이 'Healing journey(치유 여정)'를 완전히 갈아엎고 구렁텅이에 처박히고 싶은 마음도 크다. TMS를 더 받긴커녕 아예 끊고 약도 안 먹고 이불속에 갇혀 안 나가고 싶기도 하다. 내 본능은 완전히 그쪽을 향해 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예민덩어리라서, 요절에 실패하고 앞으로 5년 이상 살아가야 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기에 우선은 복학도 하고 학점도 챙기고 하는 것이다. 부조리하다. 내가 하기 싫은 것(=살아 있는 것)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것(=시험공부)을 해야 한다니.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상담 선생님께로부터 종종 듣는 (듣기 싫은) 말 때문에라도 일단 조금 더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글쎄, 내가 죽으면 선생님도 엄청 슬프실 거라고 하셨다. 정말 듣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았다. 말 그대로 '확인사살'이니까.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든다. 중학교 3학년 때와 같은 마음가짐인데, 남들이 슬퍼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슬퍼할 자격은 있나? 내 껍데기만 사랑했으면서. (물론 내가 철저히 숨겼으니 껍데기밖에 못 봤겠지만.) 정말 너무 지친다. 내가 남들을 더욱 신경 쓰지 않게 되어 모두 끝내버릴 용기가 생기길 간절히 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지만. 너무 죽고 싶어서 일기장에도 쓸 수 없는 끔찍한 생각들을 하곤 한다. 어쨌든 살아 있잖아. 복학할 거잖아. 그럼 됐지. 마침 내일이 복학 신청일이고, 나는 아마 오늘이나 내일 밤부터 다시 유전 공부에 돌입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