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아있어요.
올해 단 두 편의 글밖에 올리지 않았지만 가끔 들어와서 새로 달린 댓글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삶을 멈추고 싶고 아무 희망이 없다 확신해도 타인의 응원은 달콤하니까요. 어떻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제게 그런 진정 어린,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실 수 있는 건지 황송할 따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일일이 답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ㅜ.ㅜ 최근 올해 최악의 (정신적) 위기를 겪고 오늘 처음으로 조금 괜찮아져 글을 올립니다. 처음으로 주 2회 상담도 받고, (유선상이었지만) 상담 선생님 앞에서 오열해보기도 했습니다. 병원 역시 계속 다니고 TMS도 여름부터 쭉 받고 있지만 약은 여전히 잘 안 챙겨 먹고 있어요. 낫기 싫어서요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높은 확률로 저는 2026년을 맞이할 것이고 그게 참 두렵고 막막하며 답답하게 느껴지네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타인을 향해 사랑과 미안함 뿐이었던 제 마음에 미움이라는 바닷물이 들이차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유치하지만, 제가 이렇게 힘든 걸 몰라주는 주변인들 모두가 미워요.
올해 두 학기 모두 휴학을 했고 내년 1학기에는 복학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이면 스트레스와 더불어 우울증도 심해지는 저이기에 두렵고.. 한 학기라도 더 쉬고 싶고 그렇습니다 ㅎㅎ 그러나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과 특성상 1년을 더 쉬어야 하기에 우선 도전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죽음 생각뿐이었던 머리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 봤어요.
저는 여전히 정신과 의사가 되지 못하면 죽는 날까지 미련이 남을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 불안과 정신병을 극복하고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신건강에 매우 안 좋기 때문에 상담 선생님께선 그 꿈을 이루는 것에 썩 찬성하시지 않지만요! 그리고 어차피 못 이룰 꿈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힘내서 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복학까지 세 달 반이나 남아있기에 살아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어깨에 스스로 너무 많은 짐을 올리지 마시고, 육체와 정신 건강 모두를 챙기며 현재를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여건이 된다면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