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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우울

끝이 있긴 한 건지

by 레이첼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커피 조금 빨리 마셨다고 공황처럼 찾아오는 심계항진, 심해지는 막연한 불안과 죽음에 대한 생각.

당장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만은 피하고 싶어서 현재를 살지 못하고 언제나, 늘, 다음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자기 연민에 흠뻑 젖어 이런 글을 쓰기도 하고 어떤 땐 자기혐오에 빠져 스스로 머리를 때리고 상처를 냅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안 힘들게 사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복학했는데도 작년처럼 힘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또 휴학? 언제까지요.. 내가 이런데도 어떻게 종교를 믿을 수 있겠어요.

엄마, 아빠 나한테 종교 강요하기 전에 내 삶을 살아봐.

나는 삶 전체가 투쟁이었다고, 세상도 너무했지만 나 역시 너무 약하게 태어나서 살아가는 게 너무너무 무섭다고.. 엄마한테 말하고 싶어요. 근데 말하기 싫어요.




새벽엔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침엔 빨리 아침식사가 끝나기를 빌고

그러고 나면 나갈 준비가 빨리 끝나길 빌고

나가면 빨리 과외학생 집에 도착하길 빌고

도착하면 빨리 수업이 끝나길 빌고

또 다음 장소로 빨리 이동하길 빌고

친구랑 있을 땐 즐기기도 안 즐기기도

어느 순간부턴 친구와 빨리 헤어지길 빌고

헤어지면 빨리 역에 내리길 빌고

내리면 빨리 집에 도착하길 빌고

동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가 빨리 오길 빌고

엘리베이터에 타면 빨리 22층까지 가길 빌고

현관에 들어가면 빨리 잘 준비가 끝나길 빌고

(양치를 안 하거나 화장을 안 지우거나 옷을 허물처럼 벗고 잠옷 없이 속옷만 입은 채로) 침대에 누우면 일시적으로 아무것도 빌지 않다가

곧 빨리 잠이 오길 빌고

제발 잠이 오길 빌고 빌다가

또 잠이 오게 해달라고 빌고

그렇게 한번 잠이 들면 깨지 않길 빈다

도대체 이게 뭐 하고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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