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원, 2차원, 3차원

서른이 되어서야 찾아가는 자아 (1)

by radek

최근에 친해진 좋아하는 동생과 커피를 마실 일이 있었다. 깊은 대화를 자주 해 본적이 없는데도 나를 어느정도 이미 파악했다고 하며 하는 말은, 너는 정말 1차원적인 사람이야, 였다.


어딘가 모자르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의도치 않게 방어적인 태세를 취했다. 나는 3차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2차원 정도는 돼, 그렇게 1차원적으로 단순한 사람은 아니야, 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 드는 생각은 왜인지 모르겠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나를 봤을 때는 그렇게 깊이가 얕은 사람인가.


동생은 말을 이어갔다. 카페인이 몸에 받지 않는다고 커피는 안 먹으면서, 커피만큼 카페인이 많이 들었을 홍차는 아무렇지 않게 시켜먹는 이 모순적인 사람이 도대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가 궁금해져서 조금 더 가까이 몸을 기댔다.


"2차원적인 사람은 그래도 본인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대하여 설득이라도 하려 들어. 너는 그냥 어떠한 상황에 처해지면 그냥 어 그렇구나, 하고 말아버리잖아. 그거야말로 정말 1차원적인 사람인거야."


맞는 것도 같았다. 대답을 하려다가 말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보니,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 몇 년간 늘 자아를 찾으려고 헤매고 아둥바둥대던 내 모습이 갑자기 우습게 느껴졌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이 중요한가. 사상을 가지고 있는가, 있다면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끝없이 해왔었다. 그렇지만 성인이 된 순간부터 남아있는 가장 강렬한 기억들이라곤 그저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웃고 울고, 음악을 들으며 혼자 사색에 빠지고, 책을 읽으며 눈물을 적시고, 게임을 하며 누구보다 열중하고, 술에 취해 즐거워하고. 아, 그리고 정말 사랑했던 사람들을 끝없이 사랑해보고. 그 순간 순간들에도 늘 나는 정말 단편적으로 그 당시의 감정에 충실했구나, 단 한번도 더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맞아, 나는 입체도 평면도 아닌 점이야, 라고 대답했다. 근데 생각보다는 점의 인생도 험난하군, 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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