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잘이직러가 알려주는 팀을 옮기는 방법
어찌보면 10년 이상을 용케 회사생활을 했다. 대기업, 꼰대들의 지뢰밭이었지만, 용케 버티거나 피하면서, 그렇게 다녔다. 나를 잘아는 친구들은 이렇게 회사를 오래 다닐 줄은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주변의 기대(?)와 달리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건 대안이 없어 꿋꿋하게 버틴 절실함도 있었지만, 꼰대들을 피해 팀을 옮기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적극성 때문이었다.
직장인, 이렇게 서글픈 세글자가 있을까? 이직과 퇴사말고는 출구가 없다. 일방통행같은 답답한 길이지만, 회사 대출로 인해 금전적 이유이거나, 아니면 이력서 쓰는게 이제는 귀찮거나, 퇴사까지는 아직 아니라면 사내에서 내게 맞는 팀을 찾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산소호흡기로 직장생활을 연명하는 것이긴 하지만,
외근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저녁 6시에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줄을 선 사람들, 6시 정각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음을 알게되었다. 열전도율이 높다는 솥뚜껑도 온도가 균등하지 않듯이, 내게 불구덩이같은 직장생활도 누군가는 6시 정각 퇴근하는 버틸만한 곳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모든게 맞는 사람도 찾기 힘들지만, 모든게 싫은 사람도 만나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팀장복 없는 박복한 일개 대리였고 과장이었다. 그래서, 회사내에서 팀을 옮기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운이 조금 따라줘서 주력사업본부로, 팀으로 2-3번씩 팀을 옮겼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팀잘이직러로 알려져, 심지어 고민상담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럴때면 내가 해주는 이야기는 아래의 7가지다.
1. 타이밍
영웅은 태평성대가 아닌 난세에 나타나듯이, 팀이동 역시 회사의 안정적인 시기보단 공격적 확장시기나, 사업을 재편시기에 노려야한다. 가장 대표적인 시그널은 대표이사와 임원진의 변경, 새로운 리더쉽은 조직개편으로 구현되고, 이로인해 빈자리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개인의 병가, 휴직, 장단기 파견시기다. 이때 역시 팀이동의 최적타이밍이다. 잠시라도 본 업무에 떨어져 있는 이 시기에 스킬을 연마하거나, 업무를 확장해서 내가 원하는 팀으로의 이동을 시도해보자.
2. 기회 모색
대기업은 연중 행사로 바쁘다. 사내공모전, 아이디어 경연대회와 같은 행사는 의례 꼭 있다. 사내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개인의 브랜딩에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팀이동의 단초를 제공한다. 당장 닥친 업무도 바쁘겠지만,꼭 수상이 아니더라도, 사내행사는 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경쟁률도 상대적으로 낮아 해볼만하다. 사내행사의 심사위원은 분명 팀장 이상의 임원들일 것이고, 특정 영역의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준다면, 나에 대한 좋은 평판을 만들 수 있다. '아~그 때 그 녀석' 이렇게 말이다. 참고로 지역연구대회에 참여한 후배가, 후에 그 지역 주재원의 자리에 결원이 생기자, 지원했고, 당시 인상적인 PT를 한덕분에 결국 좋은 점수를 얻어 주재원으로 나가게 된 케이스도 있었다. 혹은 팀이동 제안이 역으로 나에게 들어올 수도 있다. 스팸처럼 쌓이는 사내 메일과 행사소식에 귀찮다 하지말고, 안테나를 쫑끗 세워보면 예기치 않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3. 조력자
만약 당신이 옮기고 싶은 팀이 있다면, 그 팀의 팀장과 팀장의 직속임원이 의사결정자일 것이다. 하지만, 사원이나 대리가 팀장을 바로 찾아가는건 현실적으로 부담스럽고, 자칫 건방져보일 수도 있다. 팀이동의 가장 핵심은 팀장 밑에서 가려져있는 실무를 맡고있는 선임들, 차장, 과장이다. 팀장은 관리자다. 디테일한 실무는 선임차장 또는 선임과장이 맡고 있다. 팀이동을 원하는 우리의 관점에서도 매일 일을 같이 할 선임 차장과 과장을 미리 알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팀이동이 어렵사리 성공했지만, 지뢰를 피하려다 변을 밟는 경우가 있다. 당신이 제일 먼저 알아둬야 할 사람은 그래서 희망하는 팀의 팀장도, 담당임원도 아닌, 그 팀의 선임이다.
4. 인터뷰
만약 가고자 하는 팀이 결원 또는 충원이 필요한 상태이고, 선임이 조력자가 되어 당신을 좋게 보았다면, 이제 진짜 일이 진행될 것이다. 조용히 연락이 와고 미팅의 자리가 만들어지는 단계다. 최소한의 인사자리이든, 미팅이든, 인터뷰이든, 식사이든, 준비를 소홀히 하지 말자.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첫인상이 곧 끝인상이다."란 점이다. 2단계위 스터디가 필요하다. 1단계는 팀의 핵심사업의 이해다. 그 부서의 사업구조와 밸류체인을 이해하는 일이다. 홍보팀에 지인이 있다면, 외부매체에 관련보도자료가 나간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공유를 받자. 홍보팀은 매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리고, 그들의 질문들에 답을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가 밝다. 2단계는 인터뷰를 하는 팀장과 담당임원의 대한 이해다. 이름으로 구글, 링크드인, 페이스북을 검색해보자. 구글로는 최근 동향, 인터뷰 등을 파악할 수 있고, 링크드인으로 그들의 출신 학교, 커리어, 경력사항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으로는 개인적인 근황, 가족, 그외의 관심사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 나, 사이에 공통점을 찾고, 칭찬할 점을 찾아, 인터뷰에서 어필하자.
5. 인사팀
팀이동의 발령주체는 인사팀이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인사팀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자신들임을 명심하자. 인사팀은 오직 발령의 명분과 시기가 중요할 뿐이다. 현재 팀장과의 트러블이 있다고 옮기고 싶다고 말하지말자. 이건 연장전 자살골과 같은거다. 인사팀은 신경도 쓰지 않을꺼다. 왜냐, 회사에 그런 팀장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을 인사팀에서 부른다면, 이건 이동할 팀에서 움직였다는 뜻이다. 그럼, 이제 할일은 인사팀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는거다. 나를 발령을 내면 뭐가 좋을지를 이야기하자. 예를 들면,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상품의 빠른 출시를 위해, 신규사업 조속한 안정화를 위해, 이 발령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자. 이를 위해서는 내가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 어떤 것을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고민한다. 구체적으로 나는 태국 프로젝트 파견근무 후, 국내 부서 복귀가 아닌 해외영업부서로 팀을 옮겼다. 당시 태국현지 업계사정을 누구보다 잘알았기 때문에 추가 파트너를 발굴과 사업확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명분이 되었다. 지인은 전략기획팀에서 전사통합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시스템이 런칭 뒤, 운영 및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신이 적임자임을 어필하여, 본인이 원하던 IT전략팀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6. 비밀유지
보수의 끝판왕이 누군가, 우리가 일하는 대기업이다. 내가 지금 일하는 조직에서 누군가 다른 본부로,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싶어한다면 어떻겠는가? 단숨에 조직의 배신자, 아웃사이더가 된다. 매년 겨울 유럽 축구이적시장에서 온갖 루머가 돌더라도, 결국 BBC 보도, 유니폼을 입어야 이적은 공식적으로 확정된다. 절대 성급해해서는 안된다. 발령전까지는 무조건 조심모드여야 한다. 다만, 인사팀 담당자애개 현재의 팀장과 미팅하기전, 사전에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그리고, 현재의 팀장에게 미리 알려준다. "팀장님, 혹시 당황하실수도 있으실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면 인사팀에서 저의 팀이동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도만 톤으로 얘기한다.
7. 끝난게 끝난게 아니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팀이동을 성공하는 꿈을 꾸며, 희망에 부푼다. 제대를 앞둔 말년병장 모드, 나도 그랬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 마음대로만 될 수는 없다. 잊지말자. 우리는 직장인이다. 팀이동은 모든게 순조롭게 다 된 것처럼 보이지만, 기다림이 길어질 수 있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나를 데려가겠다던 팀장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둘 수 있다. 회사가 대외적인 이슈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혹시, 인사팀에서 팀이동이 안될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좌절하지 말자. 세상에 완벽한 팀은 없다. 그 팀에 가서도 고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하며, 위로하자. 또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믿는게 중요하다. 그게 잘 안된다면, 지금 앞에 보이는 팀장을 생각하자. 담배냄새를 풍기며, 볼펜을 따각따각, 첨삭질을 하고 있는 꼰대 팀장을,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본인만 모르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계속 이렇게 회사 다닐꺼냐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자. 끝난게 끝난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