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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Nov 21. 2019

11월의 모기

모기 한마리를 보았다. 이 겨울에.

윙~

나는 이게 맞는 건지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분명 날씨는 추워진지 꽤 지났는데, 모기라니.

11월 모기가 들어왔다. (출처-픽사베이)

모기 한마리가 방에 들어왔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내방으로 들어온 모기다.

이 추운날,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온 것일까?

사뭇 생존하기 위한 진화가 놀랍다. 그래, 모기에게도 이제 사시사철을 나눈다는게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해서는. 세대를 지나면서 그게 어디선가 체득이 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모기의 모양새가 건강해보이지는 않았다.

비실비실 몇일이나 굶은 모양이다. 힘이 없어 보인다.

니가 고생이 많구나.

추운 바람을 피해 여기까지 들어왔으니, 힘도 많이 들었겠지.

11월 출몰한 모기에 대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는데, 어느새 모기가 내 어깨에 앉았다.


뭔가 피를 빨아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이걸 잡아야 할까.

손바닥으로 치면 분명 한순간 뭉개질 목숨의 모기.

근데, 이 추운 겨울 살아보려고 버둥버둥 하는게 안쓰러웠다.

그저 모기 한마리인데. 한순간 뭉개질 목숨에게 한순간 동정이 느껴졌다.


그래, 내가 한번 봐줄께.

그냥 눈한번 감기로 했다.

하지만, 모기는 내 어깨에서 버둥버둥을 하더니, 결국 뭔가도 하지 못한채 날아가버렸다.

먹은건지 안먹은건지, 모기가 날아간 내 어깨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간지럽지도 않았다.   


다음날 아침, 그날도 일어나자마자 KBS 클래식 FM을 틀어놓고, 청소기를 들었다.

방 구석 구석을 청소기로 돌렸다.

그리고, 그 녀석이 창가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밖에 나가고 싶었을까?

창가에 떨어져 있는 모기 한마리.

살아보려고 밖을 나와 이곳까지 들어왔지만, 밖을 그리워하며 죽었다.


휴지로 조심이 포개어 그 녀석을 버렸다.

나도 살아보려고 회사를 나왔지만, 가끔 그립기도 하다.

혼자 버둥버둥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하루하루를 보낼 때 누군가 같이 있었던 그 따뜻함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리워하지만, 그 곳에 희망은 없다는 것을.

그녀석처럼 다음날 나는 밖을 그리워하며 죽었을 것이란 것을.


계열사들이 매각대상으로 올랐다.

오너는 경영승계에만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팔 수 있는 계열사를 팔고 있다.

터무니 없는 경영목표에 달성미달이라는 책임은 온전히 밑에 사람들 몫이다.

한 현실보다 더 무서운 건 자리보존에 눈이 먼 임원들의 희생정신 강요다.


인재제일. 업보국

입사하고 들었던 그 단어는 이 겨울 사라졌다.

내가 바라보는 이 겨울, 창밖의 회사풍경이다.  


겨울 풍경은 차디차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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