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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May 21. 2020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시그널

퇴사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10년 버티면서 나이만 이렇게 먹었어요.

저녁식사 중 후배 R이 내게 말했다. 대학생들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R, 나이는 아직 30대 중반인데도, 불안하다고 한다. 회사도 예전같지 않고,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할텐데, 앞으로 뭘해야할지 불안하다는 R, 그래서, 대학원에 갈까, 이직을 할까, 아니면 아예 자격증 따볼까 고민 중이란다.


그래도 한때 같은 회사의 선배로서, 아끼는 후배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몇 번의 퇴사를 결정할 때 고민했던 나의 이야기를 R에게 말해주었다. 그 시작은 하인리히의 법칙에서부터 시작한다.

큰 사고가 나기 전 작은 사고들이 발생한다.


1920년대 하인리히는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회사의 매니저였다.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많은 산업재해사건들을 분석하던 하인리히는 이 사건들 속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1931년 자신의 책에서 '1:29:300' 이라는 통계적 법칙을 발표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1건의 대형 재해가 발생하기 전 29건의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300건의 경미한 사고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개인과 가정에 있어 퇴사는 큰 사건임에 분명하다. 적절한 시기의 퇴사는 개인의 이직과 전직, 그리고, 개인의 새출발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 직장에서 읽을 수 있는 퇴사의 시그널들을 알아보자.

퇴사도 타이밍이다. 퇴사의 시그널을 읽어야 한다.(출처-픽사배이)

1. 능력자들이 떠난다.

가만히 지켜보라.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사람들, 소위 능력자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만약 그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난다면, 이것은 당신의 퇴사에도 중요한 시그널이된다. 스카우트가 되었든, 자발적 이직이 되었든, 이들의 공백은 회사의 사업에 큰 손실을 발생시킬 것이다. 핵심인력의 이탈은 단지 머릿수의 차이가 아니라, 회사의 중장기적인 손실이고, 이는 당신의 커리어에도 연결된다. 당신이 몸담은 회사의 시가총액은 당신의 몸값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회사에서 '요즘 일잘하는 사람들이 그만두는 군'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 이건 그냥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분명 이건 당신의 회사에 안좋은 시그널이며, 경미한 시그널들이 모여 당신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당신도 이력서를 업데이트 하고,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해야 할 때다.


2. 바보들이 승진한다.  

승진 발령, 승진은 곧 그 회사의 인재상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장기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전략중 하나이다. 얼마전, 쌍방울은 18년차 42세 평사원 출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승진기사안에는 여러가지 회사의 메세지가 숨어있다. 대기업의 승진인사 안에는 회사의 전략과 시스템이 녹아져있다. 그래서, 능력 있는 인재가 승진하고, 외부의 좋은 인재가 영입되는 것은 회사의 전략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그널이다. 승진발령은 곧 조직개편과 연결된다. 조직개편이 잦은 회사, 지금 무언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늘 이런 상사들이 있다. 어떻게 입사했는지 궁금한 상사들, 하루종일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한 상사들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상사들이 승진을 한다면, 이건 분명 회사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것이다. 잦은 조직 개편, 바보들의 승진은 분명 안좋은 시그널이다. 그 연쇄효과는 당신에게도 미칠 수 있다.


3. 정체된 시장의 1등이다.

정체는 곧 위기다. 정체된 산업내 시장 1위는 더욱 위험하다. 이제 경쟁은 동종 산업 내 라이벌 회사뿐만 아닌, 이종 산업의 경쟁자와도 해야하는 시대다. 그건 시장내 1위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한화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 쇼크로 가장 위험한 여행사는 여행업계 2-3위가 아닌 1위 하나투어이고, 멀티플렉스 중 지금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건 업계 2-3위가 아닌 1위 CJ CGV다. 승자의 독배라는 말이 있듯, 사업의 다각화, 무리한 해외진출로 두 회사 모두 고정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위험한 건, 정체된 산업내 1위는 임원들은 과거의 영광에 매몰되기 쉽고, 시장의 변화에 뒤쳐지기 쉽다는 것이다. 정체된 산업군은 마치 멈춰선 에스컬레이터와 같다. 그 에스컬레이터에 당신은 서있는 것이다.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멈춰서 있을 것인가?


4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된다.

시장과 회사 내의 시그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매일 내가 일하고 있는 팀 안에 나의 위치와 업무가 어떤가 하는 것이다. 팀 안에서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팀 안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 이 두가지 질문은 당신의 시장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냉철하게 질문의 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팀장이나 그 위의 상사에게 1-2단계 더 높은 수준의 일을 요청하거나,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다른 기회를 요구해야 한다. 혹시, 내가 팀에서 중요한 미팅이나 업무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느끼는가? 이건 아주 위험한 시그널이다. 먼저 객관적인 원인파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당신의 퇴사의 타이밍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5. 출근 생각만 하면 숨이 막힌다.

스트레스, 일요일 저녁, '내일 출근하기 싫어-' 이 정도는 직장인의 평균적인 스트레스 레벨이다. 하지만, 출근 때문에 내면에서 깊은 짜증이 올라오고, 주변과 트러블의 만드는 원인이 상사, 그리고 당신의 회사라면,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시그널이다. 스트레스는 마음의 병이라는 걸 명심하자. 혹시, 출근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정도라면, 그때는 심각한 상태이다. 큰 사고는 항상 사소한 것을 방치할때 나오기 마련이다. 하나뿐인 당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자. 6시에 지하철을 타본 적이 있는가? 칼퇴하는 직장인들로 지하철은 항상 만원이다. 세상은 넓고, 즐겁게 일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그 순간, '불타는 갑판(Burning platform)'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실제 석유시추선 화재를 다룬 영화 딥 워터 호라이즌 (출처-씨네21)

고인이 된 구본형 작가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 중에 앤디 모칸(Andy Mochan)의 이야기가 나온다. 1988년 7월, 영국 북해 유전에서 석유 시추선이 폭발하여 168명의 목숨이 희생된 끔찍한 사고, 앤디 모칸은 50미터 높이의 불타는 갑판에서 차디찬 북해의 바다로 뛰어내렸고, 살아 남았다. 퇴사는 타이밍이다. 당신을 살릴 수도, 당신을 화염속에 남겨둘 수도 있다. 나는 후배R에게 물었다. 지금 불타는 갑판 위에 서 있느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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