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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Jun 03. 2020

존버 할 것인가, 떠날 것인가

헤드헌터한테 들은 존버의 조건, 버프와 디버프의 사이

어이, 브라더..... 독하게 굴어.... 그래야 니가 살아.


영화 '신세계', 영화 속 범죄조직인 골드문과 경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 자성(이정재)에게 친형제처럼 지내 온 정청(황정민)은 중국어로 얘기한다. 자성에게 이제 살기 위해 한쪽을 선택하라는 정청의 마지막 당부였다. 이 시점부터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급하게 치닫는다.

 

영화 '신세계'의 한장면 (출처-네이버영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내게 영화 '신세계'는 선택에 관한 영화이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선 건 영화 속 자성뿐만 아니라, 직장인 누구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회사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일, 늘 빠듯한 월급, 거기에 스트레스를 주는 상사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건 없다. 참고 버텨야 할지, 직장을 옮겨야 할지, 마치 나를 믿어주는 범죄조직에 남을지, 아니면 나를 의심하는 경찰로 돌아갈지를 고민하는 자성의 모습과 같다.

선택의 기로에 선 자성은 우리, 직장인 같다. (출처-네이버영화)

헤드헌터 K의 조언을 받다.

전 직장을 소개해준 인연으로 헤드헌터 K는 나와 가끔씩 전화를 하는 사이였다. 개발자만 취직한다는 취업 빙하기 속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K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회사에서 존버 할 것인가, 아니면 옮길 것인가, 영화 '신세계'의 자성처럼 나는 조언이 필요했다. 나는 K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내 얘기를 한참을 듣던 K는 말했다.

무작정 존버가 답은 아니에요. 존버에도 조건이 있다고요.
난 괜찮아~오늘도 버티고 있습니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버프가 존재하는가?

K는 내게 '존버의 조건은 3가지 버프'라고 했다.

버프란?  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을 상승시켜주는 보조 기술의 통칭으로 강화 효과로 번역된다.

1. 회사 버프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곧 나의 브랜드가 된다. 실리콘밸리에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이 있듯, 판교에는 KNN(Kakao, Naver, Ncsoft)이 있다. 어느 회사 출신이라고 하면, 통하는 그 회사의 버프는 브랜드가 없는 직장인에게 통상 작동된다. 물론 회사 버프로 채용되었다가, 실제 평가가 나쁜 경우도 빈번하지만, 아직도 채용 현장에서는 회사 버프가 유효하고, 특정 회사 출신을 뽑아달라는 고객사의 요청도 여전히 많다고 한다. 그럼 나의 회사는 어떤가? 나의 경력에 버프를 주고 있는가?

회사버프로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한 직장인 (출처-핀터레스트)

2. 조직 버프

어느 회사든 신기하게 조직 버프가 존재한다. 2000년대 삼성그룹을 구조본(구조조정 본부)이 이끌었듯, 어느 기업이든 힘과 권한을 가진 컨트롤 타워가 존재한다. 전체 회사의 실적이 지지부진하더라도, 내가 일하는 조직이 회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 버프가 있다면 어떨까? 조직 버프를 통해 회사 내에서 빠른 승진과 보상,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사내 정치로 힘의 역학관계가 한순간에 뒤바뀔 수도 있으니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조직버프는 항상 바뀔 수도 있다는 거!(출처-게임동아)

3. 일 버프

회사에서 나의 노동력은 연봉이라는 값이 매겨진 하나의 상품이다. 그 상품 역시 회사 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그래서, 나의 일, 상품의 가격은 수시로 변동한다. 수요가 많은 일의 담당자는 일 버프를 받는다. 자리 걱정이 없고,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와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주력 계열사로 전배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삼성전자 주가를 모니터링하는 것처럼 나의 일의 가격을 수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회사에 방향에 따라 내 업무가 대박이 날 수 도 있다.(출처-YTN)

K는 말했다.

3가지 버프 중 1-2가지가 있다면 존버 하세요. 다만, 버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면, 그때는 슬슬 떠날 준비를 할 때죠.
이렇게 될까 걱정이야...(출처-서울경제 인용, 글/그림-이말년)

만약, 디버프라면?

나는 K에게 말했다. 버프가 존재하지 않거나, 지금 사라지고 있다고 말이다. K는 디버프의 시기라면,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디버프란?  게임의 캐릭터 능력을 하락시키거나 페널티를 부여하는 보조 기술,  약화 효과로 불린다.

대신 K는 내게 준비를 하고 떠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준비 없이 회사를 떠나는 것은 마치 게임에서 아이템 하나 없이 중, 고급 난이도 미션에 뛰어든 것과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장렬히 전사하기 전에 준비하자. (출처-영화 300의 스틸컷)

그럼 그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K는 게임을 빗대어 얘기하기 시작했다.


1. 맵

온라인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컨트롤과 운영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맵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맵을 읽을 수 있어야 나의 포지션을 정하기 때문이다. 탑(Top)수준의 프로게이머가 일반 게이머와 다른 점은 맵을 순간적으로 읽고, 포지션을 선정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길을 잃는 이유는 회사, 상사만 바라보다 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커리어 맵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다. 그래서,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K는 의외로 직장인들이 헤드헌팅사에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믿을만한 헤드헌팅사를 찾아, 커리어 상담받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때론 유료로 커리어 상담을 받아보라고도 했다. 또한, 온라인 상에서 링크드인(Linkedin), 직장인 스터디를 찾아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고 했다.

게임맵을 잘 볼줄 알아야 헤매지 않는다. (출처-리니지M)

2. 아이템

회사라는 갑옷을 떼어내면 직장인, 나라는 캐릭터는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8 진명황의 집행검'은 리니지 게임의에서 유명한 게임 아이템이다. 집행검의 평균 가격은 3천만 원, +8 진명황의 집행검은 평균 거래 가격은 3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세상이라는 게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아이템 장착이 필수적이다. 그럼 어떤 아이템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K는 내게 이직을 희망하는 1기업을 찾고, 원하는 포지션의 직무기술서를 체크하라고 했다. 선두 회사의 직무기술서, JD(Job Description)에는 내가 획득할 아이템 리스트가 적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만약 온라인 커머스에서 일하고 있다면, 아마존을, F&B에서 일하고 있다면, 스타벅스를, 스포츠 의류분야라면 나이키에 들어가, 어떤 포지션에 어떤 직무능력을 원하는지를 확인하고, 그 직무경험을 지금 직장을 다니면서 어떻게든 획득하는 방식이다. 쉽지는 않지만, 감을 잡았다.

억소리 나는 게임아이템 (출처-보겸 유튜브 캡쳐)

3. 멘탈

MMORPG와 같은 온라인 게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팀원이 잘해서 승리할 때도, 또는 내가 못해서 전체가 죽을 때도 있다. 작은 실수에 남을 원망하거나, 자책하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고, 무엇보다 게임을 즐길 수 없다.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게임이 되고 만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직장생활이다. 또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직이다.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처럼 보인다 해도 역전승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나의 멘탈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사람은 바뀌기 쉽지 않다. 회사에서 사람을 보고 일하지 말고, 일 자체를 바라보고 일하는 것이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일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는 거 (출처-트위터)

  비올 때 경마장에는 예상하지 못한 1등이 많이 나와요. 힘든 조건이 오히려 기회가 되는 거죠.


기운내세요.

K의 얘기에 나는 긴 통화를 마쳤다. 영화 '신세계'에서 자성은 결국 골드문을 선택하고, 그 곳의 회장이 된다. 자신을 조직으로 잠입시킨 강과장(최민식)과 골드문의 경쟁자였던 이중구(박성웅)를 제거하면서 말이다. 영화 같은 결말이지만, 현실에 빗대어 보면, 왠지 낯설지 않다. 선택에는 필연적인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고, 내가 회사에서 본 리더는 선역이 아닌 악역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바야흐로 독하게 굴 때다.

영화 '신세계'의 결말은 현실적이다. 리더는 선역이 아니라 악역이니까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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