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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성훈 Mar 27. 2018

나른하게 키득거리기, 딴짓하기

비몽사몽 즐기는 시간


0. 나른하고 몽롱하게 쉬어가는 타이밍


느슨한 일주일을 보냈다. 환절기에 걸린 감기를 떨쳐내야 했고, 혹사시킨 몸도 쉬게하고 싶었다. 이런 명분이 생기니까 시간이 흘러가도록 여유를 부려도 죄책감은 없었다.


뭔가에 꽂히면 남들이 모르는 트리비아까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는 성향을 잠시 내려놓았다. 뭐든 해야 한다는, 너무 습관화 되어버린 행동과 생각을 겨우 눌러가며.


"팬케이크 만들어 줄테니까 나랑 같이 있자"

https://youtu.be/OkyrIRyrRdY


일요일 오후2시쯤의 몽롱하고 나른한 기분은 언제나 좋다. 졸음에 겨워 눈을 반쯤 뜬 채로 만화를 보며 키득거렸다. 태어나 처음 술마신 사람마냥 헤헤거리며 읽은 컨텐츠다.



1. 도플갱어를 만난 듯한 반가움, <Adulthood is a myth>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카테고리에 "그림은 대충 그렸지만 전부 니 얘기임 ㅇㅇ" 이 생긴다면 무조건 #1으로 꼽겠다. 평소같았으면 흔한 공감짤 모음집이라며 스킵했겠지만, 너무 당당하게 staff picks 코너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동 총기살인, 페미니즘, 대작 소설 사이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다 직관적인 제목도 맘에 들었다.


https://goo.gl/FG1dDC


호기심반 의심반으로 가볍게 집어들었다. 뉴욕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상이 나랑 얼마나 비슷하겠어?하는 마음과 함께.


ㅋㅋㅋ 글자로만 보던 단어를 발음할 때의 그 자신없음이란..


하지만 이런식으로 매 페이지마다 웃겨버리면 소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향적이고, 게으르고, 책을 사랑하며, 딱히 자녀계획은 없는 나에게 정말 딱맞는 책이었다. 이렇게까지 비슷한 사람이 있다니!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깝다.



이해받기 힘든 자기망상이나 삐뚤어진 부분도 여과없이 드러내는데 보고있으면 속이 확 시원해진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공감 포인트가 있지만 책 전체를 다 첨부할 수가 없어서 이 정도만 올리기로.


나를 주제로 발표를 하게 된다면 반드시 인용할 정도로 비슷했다. 내가 잘못 살았을리 없다. 도플갱어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니.



2. 흘러가게 두자, <라이브 릴레이_재즈가 알고 싶다>


재즈를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차 있던 시절, 재즈는 자기멋대로 즐기는 장르다!는 말을 들었다. 특유의 즉흥성과 분위기가 말그대로 '멋져'보였다.  팟캐스트 <재즈가 알고 싶다> 를 듣기 시작한 계기도 재즈를 향한 탐구보다는  좀더 다채롭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최근 오디오 콘텐츠가 다시 부각되는 이유 중 하나가 멀티태스킹이다. 집에서 옷을 갈아입든, 출퇴근길의 지하철이든, 카페에서 멍하니 있든. 딱히 집중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라디오 청취자의 상당수가 미대생, 운전기사, 수험생, 주부인 건 각자 작업을 하면서 즐간 수 있기 때문이다. DJ의 부드러운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 있는 멜로디가 흐르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http://m.podbbang.com/ch/episode/10239?e=22539545


그래서, 에피소드 4개를 연달아 들었는데 기억나는 내용이 없다. 지금 기억나는 건 이부분.


진행자: 부부가 같이 음악하면 어떤 점이 좋나요?
게스트: ...어.. 교통비가 절약됩니다.


뭐 대단한 걸 외우거나 남길 필요는 없다. 그냥 흘러가게 두자. 설렁설렁 즐기다가 잠들면 피부가 좋아져 있을 거다.




딴짓과 유튜브

지인 중 한분은 청정 유튜브를 틀어놓고 딴짓을 한다. 비디오 콘텐츠와 딴짓을 같이하면 피곤할텐데..  싶었지만 10초 정도 재생해보니 느낌이 딱 왔다. '틀어놓고 쉬기'에 최적화 된 채널이구나! 홀린듯이 몸에 힘이 빠진다.


https://youtu.be/UQsd1nHY9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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