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쉽게 말했지만(by 윤상)

다들 너무 쉽게 말을 한다

by radioholic
그런 말이 너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그 차가운 너의 눈빛도
(윤상, '넌 쉽게 말했지만' 中)


한 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이 있다. 설령 책을 쓴 취지가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함이라 할지라도, 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제목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면이 있었다. 그때가 한창 '3포 세대' 등 청년들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 가시화되는 시점이라 더욱 그랬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떤 말이나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멘토'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그런 사람들을 통해 나오는 메시지들을 보고 들으면서 너무 말을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 강연의 외양을 띠고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언과 충고 속에는 물론 자신의 경험과 숙고를 거쳐 정제된 좋은 내용들도 있지만, 설익은 식견으로 사람들을 충동질하는 위태로운 내용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사람들마다 삶의 가치관이나 방식이 다른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의 경험을 마치 절대 진리인 것처럼 단언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도 선무당들은 존재한다. '팀장한테 한번 들이받아버려!', '나였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로 시작하는 무책임한 부추김들, '퇴사하면 지옥이야. 그냥 버텨', '조직이란 게 다 그렇지. 그냥 참어'라는 어설픈 훈계들, '아직 전세야? 지금이라도 집 사!', '애 없으면 나중에 외로울껄?'이라는 무례한 충고들이 난무하지 않던가. 하지만 저런 말을 건네는 사람 중에 진심으로 날 걱정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저 자신의 식견과 경험을 과시하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도...(출처 : 웹툰 '미생')


어디선가 주워들은 레토릭이나 짧은 지식을 가지고 충고를 가장한 자기 과시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 말들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어떤 생채기를 낼지는 관심이 없고, 그저 내가 이렇게 훌륭하다는 것을 생색내는 데 급급한 얼치기들이 득세를 한다. 회사가 이미 생지옥인 사람에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만화 '미생' 속 대사는 적합하지 않다. 집을 살 돈이 없어서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람에게 집을 사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대출 이자를 내줄리가 없다. 역지사지나 배려를 배우지 못한 사람이 건네는 충고와 조언은 듣는 이의 마음을 날카롭게 벤다. 물론 그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윤상이 부른 '넌 쉽게 말했지만'이라는 명곡은 이런 얘기들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쉬운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떠올리곤 한다.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차갑게 건네는 이들과, 그런 공허한 말을 들은 사람의 그 쓸쓸하고 저린 감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이토록 노래에 대한 해석은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다.


예전엔 충고의 주체가 어른으로 한정되었지만, 이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멘토가 되어 수많은 말을 필터 없이 쏟아낸다. 이렇게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침묵은 금'이라는 옛 격언은 진리임을 새삼 되새겨본다. 그리고 이건 나 역시 저런 선무당짓을 했던 사람으로서 제 얼굴에 침 뱉기임을 각오하고 반성하는 일종의 고해성사의 글이기도 하다.


https://youtu.be/IbZMPqiM4DY?si=ZpL9F1xm0VLoQK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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