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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by 권진원)

다들 집에 가고 있으신가요?

by radioholic
집으로 가는 거리에 희미한 노을 밟으며
나는 무엇을 찾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권진원, '집으로 가는 길' 中)


집을 이야기하는 노래들은 많다. 도입부 가사 한마디로 눈물샘을 터뜨리는 곡도 있고, 따뜻한 멜로디로 한없이 마음을 따뜻하고 애틋하게 만들어주는 곡도 있다. 집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주는 곳이라 그렇다. 누군가에겐 세상 포근한 그 공간이 또 어떤 이에겐 가장 차가운 곳이기도 한 그런 곳.


'집'이란 한 글자가 불러일으키는 그 향수와 그리움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결국은 돌아가야 할 곳. 언젠간 내가 꾸리고 만들어야 할 공간을 상징하는 단어라서 그런 것일까. 그토록 많은 작품들의 소재가 되어왔고, 늘 우리들의 마음을 찡하게 하는 공간이 되어온 이유가 분명히 있다.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어서 엉망이라고 느껴질 때, 결국 있는 그대로의 날 받아줄 곳이 집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모습으로 들어가기 미안하고 멋쩍은 마음 때문에 되려 집에 가고 싶지 않던 때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나에게도 문득 찾아왔던 그런 시절에 권진원의 무심한 목소리에 실린 이 노래를 듣고 울컥 눈물이 났던 적이 있었다. 지나간 얘기지만.


비틀대고 들어가는 나를 20년 넘게 맞아주던 아파트 입구



거리엔 가로등 불빛 하나둘씩 켜지면
왠지 모를 설움에 눈물이 흐르네
(권진원, '집으로 가는 길' 中)


권진원의 '집으로 가는 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집에 대해 갖는 평소의 감정을 담담히 부르는데도, 듣다 보면 살짝 속으로 울음을 삼키게 만들곤 하기 때문이다.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할 곳, 꼴도 보기 싫은데 그리운 곳, 떠나온 줄 알았는데 돌아가고 있는 곳. 그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울 때 느껴지는 설움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노래로 표현 수 있는 것인지.


설을 맞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시간이다. 부디 그들이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어둡고 무거운 것이 아닌, 편안하고 흐뭇한 질감이었으면 좋겠다. 사연 없는 집이 없고, 어떤 가족이든 애환이 있겠지만 연휴를 맞아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간만에 집을 찾는 이 시간만큼은 즐겁고 훈훈해야 하니까. 모두 집에 널브러져 한없이 나른하게 쉬시.


https://youtu.be/OFvNYMbWrMg?si=dAb75gEgYrRujB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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