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의 미덕
입술은 빨갛게 사랑은 뜨겁게
인생은 즐겁게 이 밤이 가기 전에
저 달이 지기 전에
늙은 언니의 충고
(조정치, '늙은 언니의 충고')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본 노래 가락 중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가사가 있다. 1962년 황정자라는 가수가 발표한 '노래가락 차차차'에 실린 이 노랫말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는 본능을 정당화해주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겠어!' 하는 마음에 불을 지필 수 있도록.
노는 것도 때가 있다는 말은 다소 모호하다. 나이가 들면 놀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텔레토비들이 입을 모아 불렀던 '노는 게 제일 좋아~'란 노랫말에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격하게 공감하는데, 나이 들면 놀지 못한다니. 정말 노는데도 때가 있는 것인가? 그보다는 때에 맞게 놀자는 메시지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젊은 사람처럼 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측은해질 때가 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회사 회식에서 1차를 마치고 젊은 직원들끼리 가는 2차 자 리에 굳이 껴서 아재 개그를 날리거나 노래방 마이크를 놓지 않는 부장님들을 생각하면 된다. (나를 포함한) 아저씨들이 노는 방법은 그 친구들에게 법카를 쥐어 주고, 우린 그냥 조용한 술집에서 간단히 소주 한잔하고 집에 가는 것이다.
조정치 노래 속 늙은 언니가 던지는 충고, 즉 입술은 빨갛게 하고 사랑은 뜨겁게 하라는 말은 그것을 하기에 가장 예쁜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뜻일 게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기운 넘칠 때 그렇게 놀지 못하면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이 들어 추하게 놀 가능성이 크니까. 소위 '개저씨'들의 대다수가 그렇게 탄생하곤 하지 않던가.
나이 든 사람들이 어린 친구들의 빨간 입술을 보며 쥐 잡아먹었냐고 수근대더라도, 이에 굴하지 말고 더욱 빨갛고 화려한 입술로 대차게 놀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놀아도 되는 시기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신명나게 노는 어린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살짝 얄밉기도 한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것만큼 보기 좋은 것도 없으니까 하는 얘기다.
조정치의 아주 맛깔난 기타 인트로로 시작하는 보사노바 풍의 이 신나는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겼으면 좋겠다. 지금은 조정치가 그저 기타 잘 치는 깡마른 아저씨, 무한도전 '못친소'의 무기력한 출연자, 가수 정인의 남편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정말 빼어난 기타리스트이자 뮤지션이다. 예전 솔로 시절이나 신치림 때에 비해 요즘 살짝 활동이 뜸해서 아쉽지만, 다시 이런 주옥같은 노래를 내주시기를.
https://youtu.be/5It2YM7k6R0?si=nBq-kSelDJdrPR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