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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나(by 토마스쿡)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

by radioholic
텅 비어버린 마음 난 어쩔 줄 몰라
예전에 널 알기 전처럼
아무것도 아닌 나
(토마스쿡, '아무것도 아닌 나' 중)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 하나는 바로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의 존재가 그닥 쓸모없다는 것을 수긍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상실한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임원이나 선배가 회사를 나온 후 여기저기 서성이면서 어찌할 줄을 모르는 초라한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참담한 이유는, 그 사람의 가장 자신감 넘치던 전성기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도 있지만 그 모습이 내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젊은 시절엔 내가 어딘가 특별한 존재라 믿고 그 자신감에 기대어 무엇이든 도전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내가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들이 점철된다. 세상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조직 안에서도 난 그저 언제든 대체가 가능한 존재라는 것을 수긍하면서 조금씩 작아져 가는 그런 과정들. 그런 사실들을 부정하기 위해 우린 자신이 속한 곳에서 정치라는 것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밟기도 하면서 존재감을 지키고 싶어 한다. 결국은 나 역시 갈아 치워 질 수 있는 부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그저 one of them일 뿐인 것을...


삶의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주제파악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한계가 무엇이며 그 와중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스스로 파악하는 것. 나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으면 굳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살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자기 객관화만큼 어려운 게 없기 때문이다. 주제파악을 하자는 건 자기 비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직시하고 충실히 살자는 뜻이다.




토마스쿡이 부른 '아무것도 아닌 나'는 사실 이런 어두운 생각을 가진 노래는 아니다. 네가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세상 로맨틱한 노래를 내 멋대로 이렇게 비틀어서 글을 쓰고 있다. 30대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땐 토마스쿡의 담백한 목소리와 기타 반주가 참 멋진 사랑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문득 이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땐 나도 모르게 마음이 헛헛해졌다. '아무것도 아닌 나'라는 노래 제목과 가사가 너무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젠 삶의 지향점을 남들의 인정이나 경쟁에서의 우위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착실하게 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늘 다짐한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나에게 충실하며 곱게 나이를 먹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회사나 사회에선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요즘 계속 조금 흔들리는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 마음은 지키면서 살아야겠다. 이런 좋은 노래들을 듣고 생각을 나누는 생활을 즐기면서.



https://youtu.be/v99LBMYTnQA?si=CqeLkhWN35Zujs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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