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까지 여기 살 수 있을는지...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장철웅, '서울 이곳은' 中)
서울에서 나고 자란 지 40년이 넘었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서울 사람인 셈이다. 까맣고 그닥 도시적이지 않은 얼굴 탓인지 서울 사람이라고 하면 잘 믿어주지 않지만... 뭐 하여간 서울에서 나고 자란 건 맞다. 유년부터 중년까지 평생을 서울에 살았지만, 난 아직도 이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돈다는 느낌으로 산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얻어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서울은 살기 버거운 곳이다.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있을 건 다 있고 너무나 편리한 공간이지만, 그것들을 누리기 위한 지출 또한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내가 살(live) 집을 사는(buying) 것은 정말 엄두가 안나는 일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부유하는 마음으로 서울에서의 하루를 보낸다.
내가 중학교 때 방송했던 '서울의 달'이란 드라마에서 흐르던 '서울 이곳은'이란 노래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던 그땐 그저 흥겹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들으니 정말 서글프기 짝이 없는 곡이다. 서울 토박이인 나 같은 사람도 서울살이가 쉽지 않은데, 시골에서 빈손으로 올라온 드라마 속 두 청년(무려 젊은 시절의 한석규, 최민식이 연기했던)의 삶은 얼마나 고되었을까.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라는 가사에 마음이 아픈 건, 저 한 문장에 고단한 인생의 힘겨움이 느껴져서 그렇다.
어제 회사 사람 몇 명과 술을 마시다가 노후 준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정년이라고 해봐야 10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여력이 있는지 생각하니 마음이 살짝 무거워졌다. 여전히 전세살이에 내 집이 없는 상황에서 난 앞으로 서울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분명 서울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인데, 난 왜 그 고향에 안착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이유는 알지만 그 방법을 모르겠다는 말이 맞겠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의 난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삶을 꾸려나갈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살기 위한 생활의 가격이 나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방해한다면, 결국 선택지는 내가 서울을 떠나는 수 밖엔 없을 테니 말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이 있지만, 좋아해도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서글픈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10년 후의 나는 어디에 살며 안착을 꿈꾸고 있을까. 그때도 내가 서울 사람일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https://youtu.be/Du2ItbpTbyM?si=aSSMrCvqSquIqY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