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과 <40>, 그리고 그 이후에도...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中)
내란 규탄 집회가 한창이던 1월의 어느 주말. 유난히도 추웠던 그날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옥상달빛이 무대에 올라 '수고했어 오늘도'를 부르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보면서 왠지 모를 울컥함이 마음 한편에 북받쳐 올라왔다. 그녀들의 목소리에 담긴 온기로 추운 거리 위에서 얼어붙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녹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파렴치한 한 줌의 족속들 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늘 응원한다며 수고했다고 말하는 노래 가사는 어쩜 그리도 따뜻했을까.
20대 중반의 풋풋한 시절에 인디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들이 발표했던 노래들은 그야말로 힐링의 상징이었다. '하드코어 인생아'는 현실이 힘든 청춘들의 눈물겨운 넋두리였고, '옥상달빛'은 그래도 사랑과 내일을 노래하자는 젊음의 찬가였다. 그리고 그녀들이 스물여덟이 되던 해 출시한, 자신들의 나이를 의미하는 <28>이란 앨범 속에 담긴 '수고했어 오늘도'는 정말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준 위로의 노래였다. 이 노래는 분명 후대에도 길이 남을 클래식한 명곡이 될 것이라고 난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늘 청춘을 살아갈 것 같던 그녀들이 어느덧 마흔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를 부르던 말
힐링, 위로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40이 됐어요
(옥상달빛, '자기소개' 中)
'자기소개' 속 가사처럼 옥상달빛은 2000년대 이후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힐링과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는 고마운 가수들이다. 20세기를 살아갔던 젊은 세대들이 김민기와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이상은의 '언젠가는'과 같은 노래들에 기대어 힘든 시기에 위안을 얻었다면, 21세기에 청년기를 보내는 이들 중엔 옥상달빛이 부르는 '수고했어 오늘도'와 같은 노래를 듣고 눈물을 또륵 흘리며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보여주던 언니들이, 우리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지쳐있는 어느 날 밤에 곁에 앉아 나지막하게 불러주는 따뜻한 노래라고 해야 할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의 하루가
매일 밤 무거운 걱정 없이
나를 위해 내일을 또 살자
(옥상달빛, '다이빙' 中)
옥상달빛의 앨범 속지를 펴고 가사들을 들여다보면, 나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과장되지 않은 표현들로 일상에서 겪는 감정들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짤막한 수필집을 읽는 것 같다. 그 속엔 불안한 젊은 날의 감당하기 힘든 혼돈과 좌절도 있고, 그런 괴로운 마음들을 긍정의 힘으로 애써 누르는 모습도 있으며,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불안함의 정서도 담겨있다. 첫 앨범 <28>부터 세 번째 앨범 <40>까지 약 12년간의 시간이 담긴 노래들을 천천히 재생하고 들으면서, 그녀들의 성장기를 바라보는 것 같은 마음에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다.
신인 시절 게스트로 라디오에 나와 한껏 긴장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그녀들이 시간이 흘러 DJ가 되어 라디오를 진행하고, 스물여덟살에 <28>이란 제목의 1집을 발표한 이후 어느덧 마흔이 되었다며 <40>이라는 앨범을 낸 것도 신기한데, 이젠 시위 현장에서 추위와 분노에 떨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노래를 불러주는 것을 보면 마치 다 큰 여동생을 바라보는 오빠의 마음처럼 흐뭇해진다. 시간이 더 흘러 그녀들이 50살이 되고, 또 환갑이 되었을 땐 또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 노래들로 사람들을 달래줄까. 그런 노래들이 쌓이고 쌓여 그녀들도 어느덧 젊은이들을 달래주는 나이스한 어른으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오겠지. 나이가 들어도 옥상달빛은 늘 반짝인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건 수많은 가수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사라져 갔던 꽤 오랜 시간 동안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운 노래를 불러준 옥상달빛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쓰는 글이다. 나 역시 힘든 순간순간 그녀들의 노래에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28> 앨범의 마지막 곡인 '정말 고마워서 만든 노래'에 담긴 마음이, 지금 내가 그녀들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어서 끄적끄적 두서없이 글을 쓴다. 그녀들이 앞으로 어떤 숫자가 담긴 음반을 내더라도, 기꺼이 듣겠다는 약속을 남기며.
https://youtu.be/QaKxEfyzuM4?si=USWNbTTm8aVH22z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