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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거리(by 이승훈)

나도 노래를 잘했으면 좋겠다...

by radioholic
다시 내게 돌아와 줘 기다리는 나에게로
그 언젠가 늦은 듯 뛰어와 미소 짓던 모습으로
사랑한 건 너뿐이야 꿈을꾼건 아니었어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 수 있는 걸
(이승훈, '비 오는 거리' 중)


비 온다고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를 선곡하는 건 좀 진부하지 않냐고 할지 모르지만 뭐 어쩌겠나. 난 이 노래가 너무 좋은 것을. 노래가 나온 지 무려 28년이 되었고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수천번은 들은 곡임에도,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마음이 들뜬다. 멜로디는 너무나 청량하지만 가사는 세상 슬픈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에게 기타를 배우라며 손짓한 노래들이 몇 곡 있다. 015B의 '슬픈 인연'이 그랬고,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가 그랬다. '비 오는 거리' 역시 그런 유혹의 곡 중 하나다. 굉장히 뭔가 있어 보이는 곡임에도 코드가 정말 쉽고, 퍼커시브(줄을 손으로 촥촥 때리는) 주법에만 익숙해진다면 누구나 그럴듯하게 연주할 수 있는 참 착한 노래다.


비가 오니까...


'비 오는 거리'를 기타로 치는 것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사실 이 곡은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를 쳐야 진가를 발휘한다. 듣는 이의 마음을 간질이는 이승훈의 촉촉한 보컬이 없이는, 이 노래는 그저 재미없는 반복 연주가 되기 때문이다. 노래 실력도 형편없고 잘 부를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나도 노래를 잘 불렀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최고의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는 말은 정말 맞는 얘기다.




'그날도 비가 내렸어, 나를 떠나가던 날'과 같은 가사는 사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다소 간지러운 문구임에도 난 이런 감성이 너무나 좋다. 유치한 가사 속에 들어있는 진지함은 의외로 중독성이 크고, 많은 이들의 공감도 이끌어내곤 한다. 우린 모두 풋풋한 감성 속에 유치한 행동을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봄비가 하루 종일 내릴 모양이다. 이번 한 주는 짜증 속에 정신없이 일하다가 좋은 날씨도 즐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다 보내버린지라, 오늘은 비를 핑계로 일도 좀 미루고 마음을 좀 내려놓아야겠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모두 좋은 노래와 함께 봄비 내리는 오늘을 즐기시길 바라며.


https://youtu.be/WzKqKOH9V6Y?si=JNxc-UsYX2qKZHHv

앞으로도 비오는 날 수천번을 더 들어도 좋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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