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dioholic Apr 13. 2024

오늘도 음악을 즐겨봅니다

디깅과 디제잉 사이

 전부터 LP가 다시 유행을 하면서 언젠가부터 중고레코드샵이나 구제 시장을 돌며 숨겨진 명반을 찾는 디깅(Digging)이 음악 좀 아는 사람들의 유행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LP바에서는 언젠가부터 사장님이 아닌 젊은 DJ가 자신만의 콘셉트를 가진 디제잉 타임을 갖기 시작했다. LP의 시대가 저문 뒤 태어난 세대들이 구시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그 LP를 즐기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정확히 진리임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 역시도 LP와는 크게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영향으로 나 역시 전축을 통해 흘러나오는 수많은 올드팝과 옛 가요들을 들으며 자랐지만,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리고 음악을 감상한 적은 없다. 가끔 공연장에 가거나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팬심으로 구입한 LP가 몇 장 있긴 하지만 그걸 돌릴 턴테이블은 아직 사지 않았다. 여전히 유행에 둔감한 사람인 셈이다.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그러다 MP3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통상적인 코스를 거쳐 음악을 즐겨오면서 느낀 게 있다. 조금 더 번거롭고 어려운 방법으로 들은 음악이 좀 더 마음과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는 것.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듣기 위해 되감기 버튼을 수없이 누르고 결국 테이프가 늘어나버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들었던 음악들은 결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님) 5학년 때 누나가 가지고 있던 이승환 1집과 015B 2집은 약 30년이 지난 지금도 앨범 속 모든 노래의 가사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되감기가 귀찮아서라도 정성스레 들었던 어린 마음이 그 노래들을 마음속에 각인시킨 셈이다. 그렇게 음악을 공들여 듣던 시대가 저물고 이젠 스트리밍을 통해 편하게 즐기는 다수와, LP를 통해 다소 전문적으로 즐기는 소수로 나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젠 MP3 플레이어마저도 휴대폰에 흡수되어 버리면서, 나 역시 음원 사이트를 통해 음악들을 듣는다. 음악을 듣는 방법이 편해진 만큼 많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지만 그만큼 휙휙 지나쳐버리는 노래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남들이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들을 듣는 게 요즘 나만의 디깅 방법이다. 각 장르에 정통한 사람들이 정성스레 골라놓은 음악들을 재생목록에 넣고 들어보면 세상엔 내가 몰랐던 보석 같은 노래들이 수없이 많음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마음에 담고 다른 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공유를 한다. 비록 LP판과 턴테이블이 없어도, 얼마든지 우린 디깅을 하고 디제잉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후배의 권유로 시작해 오로지 내가 재미있어 즐기던 음원 사이트 DJ의 팔로워 수가 오늘 100명이 되었다. 100명이 그리 큰 숫자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고른 곡들을 들어주고 댓글을 통해 다른 노래를 추천도 해주는 그런 소소한 재미들이 음악을 더 좋아하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혹시라도 '멜론' 이라는 음원 사이트를 이용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리고 오늘 뭘 들을지 살짝 고민이 되신다면 아래 주소로 한 번 찾아와서 들어주시길. 팔로우는 안 하셔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그냥 즐겨만 주셔도 너무 고마울 것 같다. 음악은 함께 들을수록 좋은 거니까.


https://kko.to/-weFO7mlCl




작가의 이전글 봄맞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