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보내고 온 다음날이 왔다...
그대 가는 그 길이 내 맘으로 이어져
어디서든 언제든 아주 잊지 않길
그댈 보는 내 맘 부족함이 없으니
오늘 우리 헤어져도 괜찮을 것 같네
(정미조, '석별' 中)
간밤에 살짝 눈이 내린 어제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드리고 왔습니다. 이별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얼마 전 제 새해 희망이 무색하게도, 결국 아버지와의 이별의 시간이 찾아오고 말았네요.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계셨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준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아버지 없는 세상이 믿기지가 않고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먹먹하고 참담한 마음, 죄송하고 그리운 심정... 이런 마음속에 감정들이 안에서 뒤엉켜 어떻게든 토해내야 할 것 같아 글자의 힘을 빌려봅니다.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지금의 속내를 기억하기 위해 무언가 쓰고 싶었는데,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고 손이 키보드 위를 정처 없이 맴돌아서 두서없는 넋두리를 늘어놓습니다.
작년 정미조 님의 공연에서 정미조 님께서 '석별'을 부르셨을 때, 그 나지막하고 깊은 목소리에 실린 담담하고도 애잔한 가사에 가슴이 조여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 노래가 흐르는 동안, 공연 스태프로 보이는 한 남자분이 무대 옆 테이블에서 소리 없이 오열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노래가 알고 보니 작사가 분께서 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쓴 가사였다는 정미조 님의 곡 소개에, 어쩌면 그분도 그런 이별을 겪으셨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공교롭게도 '석별'이 담겨있는 정미조 님의 LP 앨범이 지난주에 도착했는데... 이렇게 아버지와 헤어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앨범은 아마 며칠간은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제 마음을, 제가 사랑하는 노래의 힘을 빌려 남겨놓고 싶어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울까봐 못 듣겠지만, 아버지는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꿈에 나오실까봐 사실 조금 무서웠는데... 저 울지 말고 푹 자라고 안 나오신 것 같아 감사했어요. 당분간은 아버지, 아빠란 말만 들어도 와락 눈물이 나겠지만 잘 견뎌보겠습니다. 저를 걱정해 주시고 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잘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께서 이 글을 다 보시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도 본가에 가면 안방에 누워 계신 아버지께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절 바라보실 것 같은데, 이젠 그 공간이 비어있다는 생각을 하니 잘 믿기지가 않습니다. 지금까진 무언가의 결핍을 견디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누군가의 부재를 감내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정신을 차린 후에 차분히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투정 같은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빠, 이제 아프지 말고 좋은 곳에서 푹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