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시작한 치과치료는 본격적인 신경치료 단계로 접어들었다. 진통제가 필요할 거라는 간호사분의 엄포와는 달리 다행히 큰 통증 없이 잘 넘기고 있지만, 치료를 받고 며칠은 무언가를 씹는 게 살짝 불편한 게 사실이다. 엊그제도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저녁은 뭘 먹을까를 고민하다가 얼마 전 배운 연어 데리야끼 덮밥이 떠올랐다. 달달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밥이라니 치료 후 식사로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전날 마트에서 반값 할인으로 사놓은 연어도 있고, 요즘 학원도 잘 가질 못했으니 복습도 할 겸.
데리야끼 소스는 그저 사 먹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정작 만드는 게 어렵진 않다. 간장, 설탕, 맛술, 물을 같은 비율로 넣고 거기에 혼다시(없음 말고)만 살짝 첨가하면 그럴듯한 데리야끼 소스가 된다. 연어를 살짝 굽고 소스와 함께 조린 뒤, 남은 소스에 양파를 볶아서 밥 위에 함께 얹으면 그게 바로 연어 데리야끼 덮밥이다. (참 쉽죠?) 연어에 데리야끼 소스가 살짝 덜 배어든 게 조금 아쉬웠지만 맛이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팔 정도는 못돼도, 한 끼 대접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조리과정은 매우 심플하다
요리를 배우며 느끼는 건, 이름이 살짝 생소하거나 어려워 보이는 음식이 의외로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팟타이도 그랬고(아... 면과의 싸움은 숙제다), 바지락술찜도 그렇고 너무 맛있어서 뭔가 어렵지 않을까 싶은 그런 음식들이 막상 해보면 그럴듯한 퀄리티가 나온다는 걸 짧은 요리 생활 동안 알게 되었다. 이건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음식들은 의외로 높은 난도를 가지고 있단 뜻이기도 하겠다. 김치나 잡채처럼.
강산에 님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란 노래를 들으면 연어는 무척이나 강인하고 질긴 생선일 것 같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연어의 속살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강을 거스를 정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만, 실상은 그 속에 한없이 부드러운 속내를 가졌다는 것. 이런 외강내유의 미덕을 지닌 연어는 치과 치료를 받고 살짝 우울해져 있던 내 마음과 배에 포만감을 안겨 주었다.마음이 힘들 땐 먹는걸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마흔이 넘어 접해보는 요리의 세계는 익숙한 모든 것에 권태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정말 큰 치유제다. 다음엔 또 어떤 음식을 만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