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빌라 3층에서 신혼 때부터 8년을 살았다. 처음 이사했을 땐 주변이 모두 주택이나 낮은 빌라들이라 창 밖을 바라보는 재미가 제법 있었지만, 불과 2~3년 사이에 집 앞에 있던 캠핑형 술집이 사라지고 건물이 들어서며 정면을 가로막았고 우린 내내 창문을 닫거나 블라인드를 내리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작은방은 저층임에도 불구하고 view가 참 좋았다. 작은 방 창을 열면 저 멀리에는 합정역 메세나폴리스가 산처럼 우뚝 서있었고, 바로 아래는 옆집 주택의 잔디밭이 마치 우리 빌라 정원처럼 펼쳐져 있었으니까.
작은 방 창문에서 바라본 저녁 풍경은 늘 좋았다...
전용면적이 14평도 안 되는 집에 방 3개, 베란다까지 있었으니 모든 공간이 협소할 수밖에 없었지만 둘이 살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지금은 그 두 배가 넘는 크기의 집으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때 살았던 빌라에서의 삶이 궁색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좁은 공간을 쪼개고 쪼개면서 우리가 놓고 싶은 것들을 놓아가며 사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기 때문이다. 특히 저 작은 방을 서재 겸 놀이방으로 꾸미고 주말 아침 창 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책 읽는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몸과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장면이었다.
서재이자 놀이방이자 멍 때리는 방이었던...
어느 겨울날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작은 방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려는데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이 있었다. 빨간 지붕 위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몸을 녹이는 고양이 두 마리. 꽤나 추운 겨울날이었어서인지 서로 체온을 나누며 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켠을 누가 꽉 쥐어 잡은 듯 뭉클해졌다. 서로를 보듬으며 추위를 견딘다는 것. 세상 살아가는데 그것만한 답은 없다는 것을 지붕 위의 고양이 두 마리가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명강의도, 어떤 자기계발서도 '공존' 이란 가치를 저만큼 와닿게 설명해 준 기억은 없었다.
체온을 나누면... 덜 추울꺼야.
저 사진을 찍은 지 5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사는 게 버겁다는 걸 핑계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내 앞가림하기에 급급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생각난 저 한 장의 사진이 비 오는 주말 아침의 내 마음을 살짝 흔들어 놓았다. 저 서교동 골목의 길고양이들은 지금도 저 지붕 위에서 몸을 녹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