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dioholic Jul 03. 2024

산다는 게 별거 없다지만...

즐거움과 애도 사이에서 하루가 갔다

이번주 월요일 아침은 유난히 몸이 무거웠다. 아침 운동도 가지 못했고, 도무지 출근하기가 싫어서 마을버스를 타러 나가야 하는 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렇다고 평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지하도를 걷고 있는데 먼발치에서 타 부서 부장님의 낯익은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언제나처럼 날씬한 슬림핏 정장을 입고 해맑은 웃음을 짓는 그분께 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는데 웬일인지 나에게 말을 거신다.


커피 한 잔 가져가~


나와 많이 친한 사이도 아니고(사실 나랑 친한 관리자가 없다;;;) 평소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아님에도 출근길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챙겨주시는 마음이 고마워 천근만근이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사는 게 별거 없지. 이런 작지만 기분 좋은 이벤트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거 아니겠어? 이런 마음으로 사진도 찍었다. 코스터에 적혀있는 문구마저도 흐뭇했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이 때까지는.

그렇게 꽤 괜찮은 아침을 맞이한 탓인지 무탈하게 일과시간을 보냈고, 퇴근해서 밥을 먹고 쉬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TV의 뉴스 속보를 보며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차량 한 대가 인도를 덮쳤고 결국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 그중엔 승진 기념 회식을 하던 회사원들이 함께 유명을 달리했다는 보도를 보며 정말 사는 게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출근길 커피 한 잔에도 행복해지는 게 사람 마음인데, 하물며 동료의 좋은 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그 마음은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을까. 그렇게 흐뭇한 자리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 그런 참극을 당할 것이라고 어느 누가 상상할 수가 있었겠나. 그리고 고된 야근을 마치고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과 편히 쉬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다 변을 당한 다른 분들에게도 왜 이런 일이 생겨야 하는 것인지...


사실 월요일 아침의 기분 좋은 일을 남기려 시작한 이 글이, 결국엔 인생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될 줄은 정말 몰랐다. 어떤 문구로 글을 끝내야 할지도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그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는 말 밖에는...

매거진의 이전글 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