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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y 24. 2024

힘을 내요... 우리 모두

서로 응원을 해준다는 것

집에 가는 길에 마을버스를 놓치면 운동도 할 겸 집까지 걸어가곤 한다. 며칠 전에도 간발의 차로 마을버스를 보낸 뒤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늘 지나는 카페 유리문에 붙어있는 종이를 보았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작은 카페였는데, 사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과의 거리도 애매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내심 걱정이 되었던지라 저런 안내문이 붙으니 마음이 좀 더 무거워졌다. 그렇게 신경이 쓰였다면 한 번이라도 들러볼걸 하는 일말의 죄책감과, 혹시 영업난 때문이라면 사장님의 속은 어떨까 하는 그런 걱정이 마음에 스며들어왔다.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저 문구에서 비록 일면식은 없지만, 사장님이 손님들을 대하는 섬세함과 진심이 느껴져 더 그랬던 것 같다.


왜인지 발길이 선뜻 떨어지지 않아 카페 앞을 잠시 서성이는데 문득 안내문 옆에 조그만 쪽지가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문 앞으로 다가가 쪽지 내용을 들여다보고 나서 마음속에서 뜨끈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울컥함이었는지 감동이었는지 분별이 안 되는 그런 감정이랄까.

울컥...

누가 봐도 진심이 느껴지는 위로의 문구와 그 아래 정성스레 그려진, 아마도 그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일 것 같은 케이크 그림을 보면서 사장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사장님과도, 손님과도 일면식이 없는 나도 코끝이 찡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하물며 정성이 담긴 위로를 받는 당사자의 마음이란 가늠이 잘 되질 않는다. 저 쪽지가 사장님에게 큰 힘이 되어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손님들로 꽉 들어찬 활기 넘치는 가게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유난히 손재주가 없어 그림과는 아예 인연이 없는 내 입장에서, 저렇게 잘 그린 그림으로 애틋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참 부러웠다. 누가 봐도 저 그림 안에는 그린 사람의 성의와, 카페에서 먹은 음식을 좋아하는 마음이 물씬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행복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이래서 세상은 살만하다고 하는 것 같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어려울 때 서로 보듬어주고 힘을 내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그런 온기가, 차가운 세상에서 우리를 버티게 해 주는 게 아닐까.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 모습들이 좀 더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카페가 다시 문을 열면, 그땐 꼭 들러서 저 딸기 케이크를 주문해 볼 생각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힘드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이 노래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으시길. 분명 당신을, 나를, 우리를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있을 테니.


https://youtu.be/QS9xV54-bPQ?si=S-J7RtDWlY4GDD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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